AI 투자 신중해야 하는 이유 ‘산업의 역사’

AI 투자 신중해야 하는 이유는 과거 산업의 역사를 보면 알 수 있다. 간략하게 3가지 산업 1) 탄산음료 산업, 2) 자동차 산업, 3) 메모리 반도체 산업을 보자.

탄산음료 산업의 역사

탄산음료의 역사는 영국 화학자 조지프 프리스틀리가 물에 이산화탄소를 주입해 인공 탄산수를 처음 만들어내며 시작됐다. 초기의 탄산수는 소화 촉진 등 약용 음료로 인식돼 약국에서 판매되었고, 의학적 효능이 강조되었다. 이후 1830년대 소다 파운틴 기계가 발명되면서 탄산수에 시럽과 향을 첨가해 다양한 맛의 청량음료로 즐기는 문화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1886년, 존 펨버턴이 약용 음료로 ‘코카콜라’를 개발해 판매를 시작했고, 1898년에는 ‘펩시’가 등장했다. 탄산음료는 이렇게 약용 음료에서 출발했지만, 점차 기호 음료로 자리 잡으면서 수제 제조·판매 방식에서 대량 생산 체계로 전환된다. 병입 기술의 발달은 산업화를 가속했고, 본격적인 음료 산업으로 성장하게 된다.

1900년대 초반 코카콜라, 펩시, 닥터 페퍼, 그리고 지역별 브랜드인 스프라이트 등이 등장해 브랜드화에 성공했다. 이들은 라디오 등 대중 매체를 활용해 적극적인 광고 경쟁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탄탄한 브랜드 파워를 구축했다. 그러나 1930년대 경제 대공황으로 다수의 탄산음료 브랜드가 사라졌고, 이후 2차 세계대전 발발로 시장은 대공황을 버텨낸 코카콜라와 펩시의 양강 구도로 재편됐다.

전쟁 이후에도 다양한 탄산음료 브랜드가 새로 등장했으나, 대부분 코카콜라와 펩시의 인수·합병 대상이 되면서 시장은 더욱 집중됐다. 1980년대 들어서는 다이어트 콜라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레몬·라임 계열, 에너지 음료, 카페인 무첨가 등 다양한 상품군이 출시되었다. 캔과 PET병 기술의 발달로 유통망이 확대되면서 탄산음료는 신흥국 시장까지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이를 바탕으로 코카콜라와 펩시는 전 세계 어디서나 통하는 글로벌 상징 브랜드로 성장했다. 이 시기에 워렌 버핏도 코카콜라 주식을 매수하며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2000년대 들어 비만, 당류 과다 섭취 등 건강 이슈가 부각되며 탄산음료 시장은 한 차례 위축되었다. 그러나 ‘제로 칼로리’, ‘제로 슈거’ 제품들이 출시되면서 시장은 다시금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도 코카콜라와 펩시의 경쟁 구도는 여전하며, 아시아 시장에서는 지역 브랜드들이 강세를 보이는 등 시장은 다변화되고 있다. 동시에 소비자들의 다양한 취향과 건강을 고려한 신제품들이 꾸준히 개발·출시되며, 탄산음료 산업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역사

1880년대, 카를 벤츠, 고틀리퍼 다임러, 빌헬름 마이바흐 등 독일에서 독자적으로 내연기관차를 개발했다. 이 시기 자동차는 상류층의 사치품으로 소수 생산되었으며, 대중과는 거리가 먼 존재였다. 1890년대에 접어들며 미국에서도 듀리에 형제가 최초로 자동차를 선보였고, 유럽 기술을 바탕으로 수많은 자동차 제조사가 미국 전역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1908년 헨리 포드는 자동차 업계 최초로 컨베이어 벨트 기반의 대량 생산 체제를 도입했다. 이를 계기로 자동차는 상류층의 전유물에서 점차 대중이 이용할 수 있는 개인 이동수단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포드의 모델 T는 대량 생산을 통해 획기적으로 가격을 낮추는 데 성공했고, 그 과정에서 많은 중소 자동차 브랜드가 경쟁에서 밀려 도산했다.

1930년대 경제 대공황은 자동차 산업에도 큰 타격을 줬다. 다시 한번 수많은 중소업체가 사라졌고, 살아남은 GM과 포드는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더욱 성장했다. 1925년 설립된 크라이슬러도 이 시기 빠르게 성장해, 결국 GM·포드와 함께 미국 ‘빅3’ 체제를 완성하게 된다. 이후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민간용 자동차 생산은 중단되고, 대신 탱크와 군용 차량 생산에 집중했다. 전쟁이 끝난 후 군수산업에서 발전한 기술이 민간 자동차에 적용되면서 자동차 기술 발전 속도는 한층 빨라졌다.

1950년대 들어 미국을 중심으로 자동차 황금기가 시작되었다. 1956년 연방 고속도로법 제정으로 미국 고속도로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구축되었고, 자동차 문화는 폭발적으로 확산했다. 이 시기에 미국 소비자들은 더 크고, 더 화려한 자동차를 선호했다. 한편, 같은 시기 일본의 도요타와 닛산, 혼다 등은 품질과 연비를 앞세워 자동차 시장에 진출했고, 독일은 BMW와 벤츠 중심으로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입지를 다졌다.

1970년대 두 차례의 오일쇼크는 자동차 산업의 변곡점이 됐다. 연비가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며, 연비 효율이 뛰어난 일본 자동차가 세계 시장을 빠르게 점령해 나갔다. 반면, 미국 ‘빅3’의 위상은 점차 약화됐고, 산업은 소형차 중심으로 재편되기 시작했다.

1980년대 일본 자동차는 가격 경쟁력과 우수한 품질, 내구성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을 석권했다. 같은 시기 한국의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도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빠르게 성장했다. 중국 역시 자동차 산업 육성을 본격화하며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며 2차 세계대전 이후 또 한 번 자동차 기술 혁신의 물결이 일었다. 에어백과 ABS, 각종 전자장비 등 안전·편의 기술이 대중화됐고, 프리미엄 브랜드 간 고급화 경쟁이 치열해졌다. 또한 이 시기는 자동차 업계의 인수합병(M&A)이 활발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1998년 다임러-벤츠가 크라이슬러를 인수해 ‘다임러크라이슬러’로 합병했고, 르노와 닛산은 전략적 동맹을 맺었다. 포드와 GM 역시 다수의 유럽 자동차 브랜드를 잇따라 인수하며 몸집을 키워 나갔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환경 문제와 온실가스 감축이 전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르면서 자동차 산업에도 큰 변화가 찾아왔다. 내연기관을 넘어 전기차로의 전환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전기차 전환 흐름 속에서 테슬라를 비롯한 새로운 전기차 제조사들이 등장했고, 전통적인 완성차 업체들까지 전기차 개발에 뛰어들면서 시장 경쟁은 한층 심화되고 있다.

여기에 자율주행과 같은 모빌리티 기술의 발전까지 더해지면서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과거처럼 자동차의 단순한 성능이나 디자인만으로 경쟁력이 결정되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 센서 기술 등 다양한 첨단 기술이 자동차 경쟁의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자동차 기업 간의 기술 경쟁 역시 이전보다 훨씬 치열해지고 있으며, 자동차 산업 전반이 새로운 변곡점에 들어서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역사

1950년대, 자기코어 메모리가 컴퓨터용 기억장치로 사용되면서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서막이 열렸다. 그러나 자기코어 메모리는 속도가 느리고 비용이 많이 들며, 크기가 커서 한계가 명확했다. 이런 한계를 돌파하며 메모리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등장한 것이 바로 인텔의 DRAM이었다. 1968년 설립된 인텔은 세계 최초로 DRAM을 발명했고, 1970년 상용화에 성공했다. 이후 메모리 시장은 자성 메모리(자기코어 메모리)에서 반도체 메모리로 급격히 전환됐다.

1970년대 후반, 일본이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DRAM 양산에 나섰다. NEC, 히타치, 도시바 등이 주도한 일본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빠르게 성장했고, 한때 세계 시장을 장악했다. 반면 다수의 미국기업은 DRAM 시장보단 CPU 중심으로 전략을 바꾸었다. 이후 버블 붕괴, 미국과의 무역 마찰로 경쟁력이 급격히 약화되면서 일본은 한국과의 경쟁에서 밀렸다.

1980년대, 한국의 삼성전자와 현대전자(SK 하이닉스)가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 뛰어들었다. 초반엔 기술력 열세로 OEM, 카피부터 시작했으나, 1990년 세계 최초 64M DRAM을 삼성전자가 개발하면서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를 달성했다. 같은 시기 현대전자와 LG 반도체도 DRAM 분야 강자로 성장한다. 참고로 외환 위기 당시 현대전자는 LG 반도체를 인수한 후 하이닉스 반도체로 사명을 변경했고, 2012년 SK에 매각되면서 현재 SK 하이닉스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2000년대, 낸드플래시 시대가 개막되었다. DRAM과 다른 구조로 ‘비휘발성’을 특징으로 하는 낸드플래시는 모바일, USB, SSD 등 신시장 성장과 함께 급격히 확대되었다. DRAM 산업이 소수 기업 중심으로 재편되며 고착화된 반면, 낸드플래시 시장은 여전히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웨스턴디지털, 키옥시아 등 많은 기업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2010년대 이후 스마트폰, 데이터 센터, 클라우드, AI 등 새로운 산업의 성장과 함께 DRAM과 낸드 플래시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고도화된 기술력으로 인해 진입장벽은 더 높아졌으나, YMTC와 CXMT와 같은 중국 기업들이 시장에 나타나면서 경쟁은 심화되어 가고 있다.

창조적 파괴와 산업 환경의 변화

몇 가지 산업의 역사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초기 산업이 시작될 때 기술적 혁신에 의한 창조적 파괴가 빈번하게 일어난다. 다시 말해 현재 새로운 산업의 기술적 토대가 이후에도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반도체 메모리도 자성 메모리로부터 시작되었다.

외부 환경의 변화로 인해 산업 환경이 변화될 수도 있다는 점도 생각해 봐야 한다. 더 크고, 더 높은 성능에 자동차를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는데, 오일 쇼크라는 외부 변수에 의해 소비자들이 높은 연비에 작은 자동차를 원한다면 CEO는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하는가? 나아가 투자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산업의 역사는 반복되어왔다. 초기 기술 혁신과 시장의 폭발적 성장, 치열한 경쟁 끝에 결국 소수의 기업만이 살아남아 시장을 장악했다. AI 산업 역시 지금은 구글, 엔비디아,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 등 수많은 플레이어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기술력과 자본을 갖춘 몇몇 기업만이 시장을 지배하게 될 가능성도 있고, 아예 기술적 토대가 바뀌어 새로운 기업이 선도적인 기업이 될 가능성도 있다. 역사가 말해주듯, 투자자는 지금의 AI 열풍만 보고 뛰어들기보다는 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긴 호흡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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