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편] 리루 강연 – 북경대학교 가치투자 10주년 기념 ‘우리 시대의 글로벌 가치투자’

본 문서는 2024년 12월 7일 북경대학교 가치투자 과정 10주년을 기념하여 리루가 강연했던 대본을 정리한 문서다.

내용이 많아 5편으로 분리하여 정리하였으며, 다소 오역이 있을 수 있다는 점 유의하길 바란다. (영문이 더 편하다면,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직접 영문으로 읽어보길 권장한다.)

Q&A

질문 1: 우량 기업을 장기 보유하는 과정에서 시장이 명백히 고평가된 가격을 제시할 경우, 어느 정도까지 보유 지분을 줄이는 것을 고려하시나요? 

질문 2: 소수의 사람들만이 우량 기업을 장기 보유해 지속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습니다. 이는 운과 용기와 관련이 있을까요? 불확실성과 정보 부족 속에서 젊은이들은 어떻게 투자 결정을 내려야 할까요? 언제 스스로의 이해를 뒤집어야 한다고 판단해야 할까요? 선생님께서도 젊을 때 이런 어려움에 직면한 적이 있으신가요?

매도와 관련한 저의 생각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내가 실수를 저질렀음을 깨달았을 때는 바로 매도합니다. 둘째, 리스크 대비 수익 구조와 하방-상방 구조가 더 뛰어난 투자 대상을 발견했을 때, 저는 그쪽으로 교체합니다. 셋째, 시장이 거품에 가까운 극단적인 고평가 상태를 보일 때입니다. 다만, 밸류에이션이란 본질적으로 시기의 개념이고, 궁극적으로는 기업의 장기 성장 가능성에 크게 좌우됩니다. 흔한 인간의 약점 중 하나는 단기적 요소를 과장하고, 장기적 요소를 과소평가하거나 간과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능력 범위(Circle of Competence)’를 개발하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연구가 깊어질수록, 이해도 더 깊어지기 때문입니다. 단기적인 고평가보다 장기적인 성장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회사를 찾고 제대로 이해하는 일은 대단히 어렵습니다. 그런 회사들은 경쟁자들보다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경쟁 우위를 갖고 있으며, 거대한 성장 잠재력과 훌륭한 자본 수익률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회사들은 매우 드물기에, 우리는 이를 ‘성배(Holy Grail)’ 라고 부릅니다. 가장 훌륭한 투자는 이런 장기 경쟁력과 성장성을 지닌 회사에서 나옵니다. 한 번 이런 회사를 진정으로 찾아내고, 제대로 이해했다면, 저는 섣불리 매도하지 말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단순히 고평가라고 생각해 매도했다가 다시 사려 하면, 여전히 고평가되어 있을 것이고, 결국 더 싸게 사기를 기다리게 됩니다. 그런데 기다리는 동안 그 회사의 성장은 여러분의 밸류에이션 추정을 훌쩍 뛰어넘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정말로 뛰어난 회사라면, 이런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은 훨씬 더 큽니다. 만약 그런 회사가 아니라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요.

투자 인생에서 이런 회사를 찾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입니다. 본질적으로 이런 회사들은 매우 드물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철저히 연구한 끝에 찾아낸 뛰어난 회사가 마침 또 싸게 거래되고 있다면, 그것은 정말로 아주 희귀한 기회입니다. 동시에 중요한 것은, 그런 회사를 오랫동안 보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오래 보유하더라도, 여러분은 그 회사에 대해 계속해서 공부하고, 배워야만 합니다.

버크셔 해서웨이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우리는 버크셔를 철옹성 같은 회사로 여기며, 세계 최고의 투자자들이 경영하고 있는 곳으로 평가합니다.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굳건히 서왔죠. 하지만 그런 버크셔의 주가조차도 역사상 3-4번 이상 50% 넘게 폭락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 시기에 여러분이 계속 버티고 보유할 수 있느냐는, 전적으로 여러분이 그 회사가 소유하고 있는 자산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이 정도로 깊이 이해하는 것은 절대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버크셔는 수많은 훌륭한 자산과 자회사들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들을 진정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동안 연구하고, 지식을 축적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예로 BYD가 있습니다. 저희는 BYD를 22년째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주가는 50% 이상 하락한 적이 최소 여섯 번 있었고, 한 번은 80% 넘게 떨어지기까지 했습니다. 이처럼 큰 폭의 주가 하락이 올 때마다, 여러분의 ’이해의 영역(Circle of Competence)’의 경계가 시험받게 됩니다. 정말로 그 회사를 이해하고 있는가? 그 회사의 진짜 가치와 그동안 얼마나 많은 가치를 창출해왔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는가? 어떤 해에는 BYD가 실제로 회사 가치는 크게 늘렸는데, 주가는 오히려 70%나 떨어진 적도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야 비로소 여러분의 ‘이해의 영역’이 진짜로 시험받게 됩니다. 경계에 다다를 때 비로소 경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는 것이죠. BYD를 보유한 기간 동안, 매출은 10억 위안에서 1조 위안에 가까운 수준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리고 아직 끝이 아닙니다. 여전히 성장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투자라는 일이 얼마나 흥미로운 일인지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결국, 주식을 얼마나 오래 보유할 수 있느냐, 언제 매도해야 하느냐는 여러분의 ‘능력 범위’가 진짜 존재하는가, 그리고 그 회사를 정말로 이해하고 있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투자는 단순히 주식을 사놓고 마음 편히 쉬는 일이 아닙니다. 그렇게 쉬운 일이라면 세상 모두가 부자가 되었을 겁니다. 투자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정말 흥미롭고, 도전적인 일이기도 합니다.

네 번째 매도 상황은, 우리가 남의 돈을 맡아 운용하는 입장에서 발생하는 경우입니다. 우리가 전액 투자된 상황에서 환매 요청이 들어오면, 원칙적으로 절대 빚을 내지 않기 때문에 일부 매도를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절대 빚을 내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킵니다. 그래야만 투자 포트폴리오 전체가 50% 하락하더라도 견딜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가가 크게 떨어지는 일은 투자 과정에서 너무나도 당연한 일상적인 현상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투자 인생에서 이런 테스트를 여러 번 겪어본 적이 없다면, 스스로의 ‘능력 범위’가 정말로 존재하는지, 내가 진짜 이해하고 있는지, 진정으로 용기 있는 사람인지, 아니면 그냥 무모하거나 운이 좋았던 것인지 분명히 알기 어렵습니다. 주식 시장은 인간의 본성을 가차 없이 시험하는 곳입니다. 여러분이 투자 대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면, 언젠가는 시장이 여러분을 이길 겁니다. 그래서 진정한 이해를 쌓아야 하고, ‘이해의 영역’을 꾸준히 넓히고 깊게 만들어가야 합니다. 그리고 평생 배운다는 자세로 임해야 합니다. 제가 강연 말미에 소개했던 이야기처럼, 멍거 선생님(찰리 멍거) 은 99세에도 주식을 매수하셨습니다. 그 산업을 적어도 60-70년 동안 공부한 끝에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식으로 여러분의 지식은 정말로 복리로 불어난다는 사실입니다. 젊을 때는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시작해도 괜찮습니다. 예를 들면, 가장 싼 주식을 사는 것부터 시작하는 겁니다. 가격이 충분히 낮아야만 장기 보유가 가능해지고, 그 긴 시간 동안 여러분은 그 기업과 그 사업을 천천히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야 비로소 진정으로 훌륭한 회사의 주주가 될 준비가 되는 겁니다. 무턱대고 오래 들고 가는 게 아니라, 진짜 이해했기 때문에 장기 보유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가치투자의 핵심은 결국 ‘가치’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가치에 대해 가격을 지불하는 것이고, 그 가치는 이상적으로는 시간이 갈수록 계속해서 커져야 하며, 지불한 가격은 그 본질 가치보다 훨씬 낮아야 합니다. 여러분의 ‘능력 범위’는 천천히, 단계적으로 만들어가면 됩니다. 서두를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질문 3: 미국의 3.0 시대로 가는 길을 어떻게 보십니까? 홍콩의 발전을 참고하는 것 외에, 중국도 미국의 부상 과정에서 어떤 경험을 참고할 수 있을까요? 또한 개혁과 성장 과정에서 고위층의 결정이 경제 발전의 성공을 어느 정도까지 좌우한다고 보십니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오늘날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문명의 패러다임 전환입니다. 이는 어느 개인이나 어느 국가의 의지로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현대 과학기술 문명 속에서 지속 가능하고 복리로 성장하는 경제 법칙에 의해 결정됩니다. 한 나라가 정체되어 있으면 다른 나라들이 계속 성장하기 때문에 결국 뒤처지게 됩니다. 예를 들어, 최근 몇 년간 중국 경제는 실제로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축소되었습니다. 우리는 때때로 한 국가가 성공적인지, 국민들이 여전히 진지하게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관찰해야 합니다. 오늘날 중국은 14억 명이 넘는 국내 인구뿐만 아니라 전 세계 약 25억 명의 삶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운명 공동체입니다.

우리 시대에 3.0 경제가 출현하게 된 것은 여러 우연적 요소들이 맞물린 결과이며, 그중 가장 큰 우연은 바로 미국의 탄생이었습니다. 미국은 광대한 국토, 다문화, 다인종 대규모 인구를 수용할 수 있는 능력 등 독특한 장점을 갖추고 있으며, 이런 점들은 지금까지도 유효합니다. 따라서 미국의 사례는 단순히 그 나라만의 사례가 아니라, 다양한 인종이 함께 만들어낸 3.0 문명에 대한 집단적 탐구 과정이기도 합니다. 이런 실험들은 세계에 매우 중요한 함의를 줍니다. 현재 전 세계 인구의 약 10% 정도가 3.0 문명 단계에 들어섰지만, 국제 관계는 여전히 이 단계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대 경제 발전의 철칙은 가장 큰 시장이 결국 유일한 시장이 된다는 점입니다. 시장 간에는 장벽과 관세, 각종 규제가 존재하지만, 실제로는 제3자를 통해 전체 시장이 연결되고 순환하게 되어 있습니다.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 없이 무언가를 할 수 없으며, 일시적인 전쟁과 갈등도 결국에는 끝나게 됩니다.

오늘날 인류의 조직 형태는 여전히 정부와 국가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경제적으로는 공통된 글로벌 시장이 형성되어 있지만, 국제 관계 측면에서는 여전히 국가를 단위로 한 느슨한 조직 체계로 남아 있으며, 공식적인 국제 정치 조직 구조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 근본적인 이유는 3.0 경제의 빠르고 복리적인 성장 속도와 인간의 본성, 조직 구조, 심리, 문화, 종교적 신념의 느리거나 심지어 정체된 발전 사이의 오랜 격차에 있습니다. 국제 관계나 국가 통치 체계의 변화는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리는 과정입니다. 다른 나라들의 현대화 과정을 공부해 보면, 중국이 오늘날 직면한 많은 어려움들도 해결 불가능한 것이 아님을 알게 됩니다. 1840년 이후 중국의 현대화 굴곡을 돌아보고 최근 몇 년간의 어려움과 비교해 보면, 현재의 어려움은 역사적 맥락에서 보면 아주 작은 문제에 불과하며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가 없음을 깨닫게 됩니다. 투자자로서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거의 낚시를 하지 않는 물고기 많은 호수를 찾는 것입니다. 모든 것을 명확히 알 필요도, 가장 큰 호수에서 사람들과 경쟁할 필요도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가치 투자라는 일의 아름다움입니다.

질문 4: 우리는 “싼” 기업을 어떻게 이해해야 합니까? PER(주가수익비율)을 봐야 하나요? 기업의 PER은 변동성이 크고 성장률과도 관련이 있는데,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싼(cheap)’이라는 개념은 다차원적이며 상대적인 가치와 관련이 있습니다. 벤저민 그레이엄 시대에는 유형자산 가치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현금성 자산, 거래 가능한 증권, 쉽게 회수 가능한 매출채권, 심지어 부동산처럼 빠르게 청산할 수 있는 자산만을 봤던 것이죠. 1930년대 대공황 시기에는 그런 주식들이 많이 존재했습니다. 저 역시 1993~1994년에 투자를 시작했을 때 미국 시장에 아주 싼 주식들이 있었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10배 오른 ‘텐배거’ 종목은 시가총액이 3억 달러였고, 장부가치는 5억 달러였습니다. 그중 4억 달러는 상장사 TCI의 지분이었는데, 이 회사는 나중에 미국 최대 케이블TV 회사가 됐습니다. 당시 저는 PER 같은 지표를 보지도 않았고, 남은 1억 달러의 자산이 무엇인지도 몰랐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그 1억 달러짜리 자산이 매우 가치 있는 것들이었다는 점입니다. 미국 초기 무선통신 시스템의 핵심이 되는 위성통신과 무선통신 네트워크 면허권들이었죠. 처음엔 전혀 몰랐고 우연히 그런 기업을 산 셈이었습니다. 주식을 매수한 후에야 본격적으로 케이블TV 기업들을 깊이 공부하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무선 네트워크 면허권의 진짜 가치를 깨닫게 됐습니다. 결국 ‘싸게 산다’는 것은 때때로 이런 뜻밖의 수확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다만 매수 이후 반드시 깊이 연구해야 합니다. 이해하면 할수록 더 큰 가치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PER을 기준으로 기업의 가치를 측정하려면 ‘이익의 질’에 대한 깊은 이해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그 이익이 경기 순환적인가? PER이 낮은 이유가 경기 사이클의 꼭대기이기 때문인가? 아니면 일회성이나 경기 순환적 요소가 많기 때문인가? 아니면 정말로 장기적이고 안정적이며 지속 가능한 이익 구조이기 때문인가? 이익의 질을 명확히 한 뒤에야 기업의 장기 성장 가능성을 평가할 수 있습니다. 기업마다 가치의 구조는 조금씩 다릅니다. 결국 ‘내가 투자하는 대상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질문 5: 뛰어난 기업가들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공통점이 있을까요?

이 질문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저는 많은 성공한 기업가들을 만났습니다. 경험이 쌓이면 알게 되는 것이, 이들 성공한 사람들 역시 처음에는 여러분과 다르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모두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했습니다. 제가 제프 베이조스를 만났을 때, 그 역시 저처럼 스타트업 창업자였고 우리는 금세 마음이 통했습니다. 그가 저를 아마존으로 초대했을 때, 회사는 겨우 100명 남짓이었고 첫 번째 물류창고를 막 임대한 상태였습니다. 모든 세대마다 고유의 성공 사례가 있고, 시대마다 새로운 인재가 등장합니다.

세대마다 뛰어난 기업가들의 공통점과 차이점이 존재하지만, 이들을 하나로 규정짓기는 어렵습니다. 만약 공통점을 하나 꼽으라면, 끈질긴 낙관주의일 것입니다. 세상만사는 언제나 ‘반쯤 찬’ 것이거나 ‘반쯤 빈’ 것인데, 절대 완전히 차거나 비는 경우는 없습니다. 성공한 기업가들은 항상 ‘반쯤 찬’ 쪽을 봅니다. 왜냐하면 창업이라는 것은 끝없는 어려움과 도전을 동반하기 때문입니다. 늘 ‘반쯤 비어있는’ 부분만 보고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힌다면, 어떻게 동료를 모을 수 있겠습니까? 합리적인 분석도 필요하지만, 창업자는 ‘믿음의 힘’을 선택해야 합니다. 미래란 본디 예측하기 어렵고, 종종 믿음을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오기 마련입니다. 특히 3.0 문명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는 이 믿음이 더욱 필요합니다. 밀물은 모든 배를 띄우듯이, 경제 전체가 성장하기 때문에 믿음을 선택한 사람은 보상받게 됩니다. 그래서 절대 포기하지 않는 것, 이것이 성공의 첫걸음입니다. 성공한 사람들은 모두 포기하지 않는 끈기, 낙관주의, 그리고 미래에 대한 믿음을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습니다.

시장경제의 장점은 누가 성공할지 미리 정해두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누가 성공하든 시장은 신경 쓰지 않습니다. 일론 머스크가 중국에서는 성공하기 어려웠을지도 모릅니다. 오늘날 마윈이 다시 성공할 수 있을지 역시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포용적인 사회일수록 누구나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게 해줍니다. 왜냐하면 시장경제에서의 성공은 경쟁의 결과이지, 운명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이 성공하기에 적합한지 아무도 모릅니다. 시대에 따라 성공의 기준도 바뀝니다. 그래서 자유가 중요하고, 유연성이 중요하며, 결국 시장경제는 다양한 사람들에게 기회를 줍니다. 이것이 시장경제가 ‘각자도생(各自圖生)’에서 ‘이타(利他)’로, 개인적 이익을 위해 시작했지만 궁극적으로 공익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이유입니다. 시장경제는 모든 경제 요소를 순환시키고, 어떤 재능도 과잉되지 않습니다. 계속 배우고 스스로를 풍요롭게 만드는 것, 이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성공한 기업가들조차 계속 배워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일시적인 성공으로 끝날 뿐입니다. 결국 낙관주의, 절대 포기하지 않는 마음, 끊임없는 학습, 신뢰와 성실함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모두가 최고의 역량을 발휘하고 재능이 발탁될 수 있도록 포용적인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염격한 기준에 얽매이지 않는 그런 환경 말입니다.

질문 6: 투자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개인 투자자가 이해력과 역량을 키워 투자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 외에, 투자에는 또 어떤 가치가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투자자는 절대 사회의 기생충이 아닙니다. 오히려 투자자들은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존재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현대 자본시장은 현대 경제의 필수 전제이자 초석입니다. 자본시장이 존재하기에 세상의 모든 경제적 요소들이 원활하게 순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본시장이 효율적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돈이 가장 생산적이고, 시장이 가장 필요로 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업으로 흘러가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한 달에 천 달러를 벌고 그 중 오백 달러를 저축해 최고의 기업에 투자한다고 해봅시다. 이 과정에는 매우 긴 연결고리가 필요하고, 그 어느 하나도 빠질 수 없습니다. 이 모든 것이 모여 결국 공개 자본시장, 즉 주식시장을 구성합니다. 주식시장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장기적으로 기업의 가치를 정확히 평가하고 가격에 반영하는 것입니다. 정확한 가격 책정이란 결국, 시장에서 매겨진 가격이 기업의 실제 가치에 수렴해가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물론, 시장이 항상 효율적인 것은 아닙니다. 단기적으로는 비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시장 가격은 기업의 가치에 맞춰 요동치며 결국 가치를 중심으로 움직이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이 가능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들이 바로 기본적 분석에 기반한 투자자들, 즉 가치 투자자들입니다. 가치투자는 시장이 본래 갖춰야 할 ‘가격 발견(price discovery)’ 기능을 가능하게 만듭니다. 또한 가치투자는 평범한 개인 저축자들이 가장 가치 있는 기업과 연결될 수 있도록 해주는 중요한 연결고리 역할도 합니다. 자본시장의 모든 구성 요소는 중요합니다. 변호사, 증권 중개인, 애널리스트, 펀드매니저 등 모든 사람들이 그 체인의 일부입니다. 금융업에 종사한다고 해서 누구나 원죄(original sin)를 지닌 것은 아닙니다. 이들 전문가와 기관이 시장의 신뢰성(credibility)을 만들어 내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업계에도 기생하는 사람들은 존재합니다. 하지만 진정으로 신뢰받을 만한 사람들만이 ’수탁자 책임(fudiciary duty)’을 감당할 자격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가치가 시장의 모든 연결고리에서 지켜질 때 비로소 전체 금융시장이 신뢰를 얻게 됩니다. 이 모든 과정은 자유 경쟁과 ‘적자생존’, 법적 규제, 그리고 오랜 시간 축적된 실천과 경험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비로소 진정으로 효율적이고 신뢰받는 금융시장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저는 평소 보유 종목을 잘 이야기하지 않지만, 모두가 알고 있는 BYD 투자를 예시로 들어보겠습니다. 저희는 BYD를 22년간 보유해왔고, 그동안 주가는 최소 6번 이상 50% 넘게 하락했고, 한 번은 80% 이상 폭락한 적도 있었습니다. 만약 저희 같은 가치 투자자들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BYD는 몇몇 위기 상황에서 자금난으로 ‘자본의 사슬(capital chain)’이 끊겼을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올해 많은 고성장 기업들이 자금난을 겪었죠. 2008년, 저희가 버크셔 해서웨이와 같은 신뢰할 수 있는 투자자를 끌어들이지 않았다면, BYD가 지금처럼 성공하기까지 더 많은 어려움을 겪었을 겁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BYD가 성공하지 못했으리란 뜻은 아닙니다. 다만 그 길이 훨씬 험난했을 것이란 의미입니다. 이건 솔직한 이야기고, 매우 명확한 사례입니다. 가치 투자자가 없다면 자본시장은 가격 발견 기능을 잃고 비효율적으로 변합니다. 그러면 저축이 사회적 자원으로 효과적으로 전환될 수 없게 되죠. 그래서 정당한 대가를 받는 훌륭한 가치 투자자들은 뛰어난 기업들의 없어서는 안 될 동반자입니다.

이런 이유로 저는 처음 워런 버핏의 강연을 들었을 때 이 업계에 들어가기로 결심했습니다. 그가 여러분이 방금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을 줬거든요. 저 개인적으로는 돈 버는 것보다 윤리나 사회 정의에 더 관심이 많았습니다. 특히 젊었을 땐 더 그랬죠. 제가 처음 접한 월스트리트의 이미지는, 중국 연극 ‘일출(日出)’에 나오는 교활한 기생충 같은 인간들, 은밀하게 음모를 꾸미고 결탁하는 모습이었고, 그런 이미지가 저를 혐오스럽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버핏은 저에게 가치 투자의 본질은 ’윈-윈(win-win)’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줬습니다. 투자자는 정말로 기업 성장의 중요한 일부입니다. 저 역시 초창기 벤처 투자자로서 10개가 넘는 기업을 도우며 성공적으로 성장시킨 경험이 있습니다. VC(벤처캐피탈), PE(프라이빗에쿼티)에서는 투자자의 역할이 더욱 뚜렷하죠. 공신력 있고 신뢰받는 공모시장 투자자 역시 기업을 장기적으로 지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또한, 상장기업의 존재 자체가 저축을 효과적인 사회적 자원으로 전환시키는 핵심적 역할을 합니다. 이는 기업들이 성장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입니다. 결국 이 연결고리야말로 현대 경제가 자생적이고 지속 가능한 장기 성장으로 들어서기 위한 가장 중요한 고리인 셈입니다. 그래서 이 사슬에 연결된 모든 사람들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겁니다.

이건 상식 같지만 사실 굉장히 희귀한 지식입니다. 그래서 여러분의 질문이 중요하고, 이걸 제대로 이해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립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희가 이 강의를 열었고, 이런 주제를 토론하는 이유이며, 장 선생님, 장 교수님, 조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이렇게 많은 시간을 교육에 투자하는 겁니다. 목표는 이 상식을 사회적 합의로 만드는 것입니다. 그래야 금융업 종사자들을 악마화하거나, 금융업 자체에 원죄를 씌우지 않게 됩니다. 이런 사회적 합의가 없다면, 한 나라가 중진국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양(positive) 순환 구조를 만들지 못하게 됩니다. 가계 저축률이 40%에서 50%로 올라가면 GDP가 사실상 10% 감소하는 효과가 납니다. GDP가 줄면 미래에 대한 기대가 낮아지고, 소비가 줄어들며, 기업은 고용을 줄이게 됩니다. 경기가 수축하면 더 심하게 수축하고, 반대로 팽창하면 더 크게 팽창하는 구조가 됩니다. 그래서 구제금융이나 경기 부양이 필요해지는 것이죠. 하지만 소비 문제는 공급을 늘리는 걸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진짜 지속 가능한 수요를 늘려야 합니다. 이것이 현대 경제학의 기본이자, 우리가 흔히 모르는 상식입니다. 그래서 교육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이런 상식을 진짜 사회적 합의로 만드는 것입니다. 그래야 경제가 이 기반 위에서 계속 발전해 나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식이 부족한 것도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우리는 수만 년 동안 농업 문명에서 진화해왔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전히 부를 **정적(static)**으로 봅니다. 누군가 돈을 많이 벌면 ‘부도덕하다’고 여기는 시각이 자연스레 생기는 것이죠. 이런 정적 부(富)의 관념은 이른바 2.0 시대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저는 수렵·채집 문명, 농업 문명, 과학·기술 문명을 각각 1.0, 2.0, 3.0으로 나눠 부르는데, 이유는 우리가 여전히 이전 문명의 사고방식에 머물러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복리 성장, 복리 부의 증가라는 개념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죠. 영국 귀족이나 만석꾼의 예시를 떠올리면 이 점을 이해하기 쉬울 겁니다.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고쳐야 할 낡은 관념들이 많습니다.

오늘 강의는 이 질문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진정한 가치 투자자는 ‘신뢰’를 타고나는 유전자가 있고, 기업과 자본시장에 매우 중요한 기여를 해왔으며, 현대 경제 발전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는 겁니다. 이 분야에서 일하는 모든 분들이 이 책임감을 잊지 않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출처 : https://www.himcap.com/public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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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투자하는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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