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문서는 2024년 12월 7일 북경대학교 가치투자 과정 10주년을 기념하여 리루가 강연했던 대본을 정리한 문서다.
내용이 많아 5편으로 분리하여 정리하였으며, 다소 오역이 있을 수 있다는 점 유의하길 바란다. (영문이 더 편하다면,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직접 영문으로 읽어보길 권장한다.)
- 1편 서문 및 우리 시대의 난제들
- 2편 이러한 난제들의 근본적 원인과 본질에 대한 생각
- 3편 중진국 함정, 이를 극복하는 방법 그리고 현재 국제 관계에 대한 생각
- 4편 다시 가치투자로 돌아와서, 글로벌 가치 투자자로서 우리가 이 시대의 도전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 5편 Q&A
- 참고 문헌 : 리루 포트폴리오
4부 시대적 도전에 대해 글로벌 가치 투자자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제가 앞선 이야기들에 시간을 많이 할애한 이유가 있습니다. 지난 연설 이후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많은 분들이 느끼는 혼란과 불안이 눈에 띄게 커졌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주식을 끝까지 들고 가며 진짜 장기 투자를 실천하기란 정말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네 번째 주제로 넘어가겠습니다. 글로벌 가치 투자자로서 오늘날 국제적, 국내적 변화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또, 어떻게 투자해야 할까요?
우선 가치 투자자로서 기본적인 자세는, 거시적인 환경은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객관적인 현실이라는 점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저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건 미시적인 영역, 즉 개별 기업에서입니다. 세상은 객관적으로 존재합니다. 우리의 바람이나 상상, 주관적인 판단으로 세상이 바뀌지는 않습니다. 투자할 때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봐야 합니다. 우리가 바라는 모습도, 원하고 싶은 모습도 아닙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겁니다. 이런 전제를 바탕으로 우리는 개별 기업이라는 미시적 수준에서 변화를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거시적인 혼란 속에서, 과연 우리는 이런 기업들을 끝까지 믿고 보유할 수 있을까요? 아무리 철저하게 조사하고 분석을 했다 해도 정말로 그 기업들에 대한 확신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계속 보유할 수 있을까요? 앞서 거시적인 배경을 설명해드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오늘 우리가 함께 고민해봐야 할 핵심적인 질문입니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인류가 농업사회에서 현대 문명으로 오랜 시간에 걸쳐 발전해온 과정 속에서 ’진정한 부(富)’란 무엇인지 정의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투자의 가장 근본적인 목적은 부를 지키고 늘리는 데 있기 때문에, 우선 ‘부란 무엇인가?’, ‘우리는 왜 투자하는가?’, ’무엇에 투자해야 하는가?’라는 질문부터 생각해봐야 하겠습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농업 시대에는 땅과 인구가 곧 부였습니다. 그런데 오늘날에도 과연 땅이 부로 여겨질 수 있을까요? 세계사, 특히 유럽의 역사를 살펴보면 봉건제도가 수백 년간 유지됐습니다. 대부분의 나라들이 결국 혁명을 겪으면서 봉건제는 해체됐지만, 예외가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영국입니다. 영국은 오랜 세월 동안 큰 혁명 없이 이어져 왔고, 많은 귀족들이 여전히 땅과 웅장한 성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귀족들은 지금도 여전히 부자인가요? 답은 ‘아니오’입니다. 땅과 성만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귀족들은 더 이상 부자가 아닙니다. 오히려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여전히 부자인 소수의 귀족들은 단순히 원래 갖고 있던 땅과 성에만 의존하지 않고, 다른 투자도 병행했기 때문입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요? 땅과 성을 유지하려면 많은 인력이 필요합니다. 큰 성 하나를 제대로 관리하려면 수십 명, 많게는 수백 명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지난 수백 년 동안 노동 비용은 크게 올랐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귀족들이 옛날처럼 많은 사람을 고용해 성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마찬가지로, 땅도 사람이 농사를 지어야 가치가 생기는데, 인건비는 크게 오른 반면, 땅에서 나오는 수확물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많이 늘지 않았습니다. 농촌 지역의 부동산 가치는 크게 오르지 않았고, 오히려 유지비용만 많이 드는 상황이 된 겁니다. 결국 산업이나 상업용으로 바꾸지 않은 이런 땅과 성은 더 이상 귀족들의 자산이 아니라 오히려 부담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 영국의 귀족들은 대부분 자신들이 가진 성과 땅을 대중에게 개방해 입장료를 받는 방식으로 유지비를 충당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성을 공원처럼 만들어서 1인당 5파운드의 입장료를 받는 식이죠. 아마 여러분 중에도 영국을 여행하셔서 이런 성에 가보신 분들이 계실 거고, 생일파티나 회사 행사, 결혼식 등을 위해 성을 대여해보신 분들도 계실 겁니다. 이 사례가 바로 ‘땅’과 ‘노동력’ 사이의 가치가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잘 보여주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 다른 예는 현금입니다. 물론 현금은 가치가 있습니다. 그러나 현금이 부일까요? 젊은 학생들은 아마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나이 든 사람들은 개혁개방 초기 시절의 한 용어를 기억할 겁니다. 바로 ‘만 위안 호’라는 말인데, 당시 만 위안을 보유하는 것은 매우 대단한 성취였습니다. ‘만 위안 호’는 그 당시 가장 부유한 사람들로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만약 누군가가 그때 그 만 위안을 은행에 예금해 두었다면, 이자를 포함해 지금도 여전히 부자일까요? 분명히 그렇지 않습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한 달에 이 금액보다 더 많이 법니다. 그래서 단지 현금을 저축하는 것만으로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이상 부를 대표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땅이든, 현금이든, 부동산이든 (특히 많은 사람이 관리해야 하는 것들), 어느 것도 지속 가능한 부가 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현대 사회에서 부란 무엇일까요? 부의 기능은 무엇일까요? 부의 본질은 소비를 위한 것입니다. 경제 전체의 규모는 결국 총생산 또는 총소비로 귀결됩니다. 따라서 부란, 경제 전체에서 내가 차지하는 구매력의 비율입니다. 농업 시대에는 단위 경제 생산량이 거의 증가하지 않았고, 경제 전체의 크기에는 ‘상한선’이 존재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한 개인이 경제 내에서 차지하는 구매력의 몫은 비교적 고정되어 있었고, 이는 주로 토지, 인구, 부동산 등을 통해 실현되었으며, 그것이 곧 부였습니다.
하지만 경제가 지속적이고 복리로 성장하는 단계로 접어들면, 단기적으로는 변동이 있더라도 장기적 추세는 일방적인 성장입니다. 이때 부가 정체되어 있다면, 경제 성장 속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점점 줄어들게 됩니다. 경제 성장 속도가 빠를수록 부의 감소 속도도 빨라집니다. 지난 40여 년 동안 중국의 명목 GDP는 340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그래서 ‘만 위안 호’는 더 이상 부자가 아닙니다. 미국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과거에는 백만장자가 대단한 성취로 여겨졌지만, 며칠 전 버핏이 편지에서 언급했듯이, 과거의 백만장자는 오늘날의 억만장자 정도에 해당한다고 했습니다. 이것은 곧, 정체된 부, 특히 현금 형태로 가진 부는 지속적이고 복리적인 성장을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경제가 지속적이고 복리로 성장하는 시대에 진정한 부란, 경제 전체에서 내가 차지하는 구매력의 비율로 측정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실질적인 부란, 내가 주로 소비를 선택하는 경제 내에서의 구매력 비중입니다.
따라서 투자의 근본 목적은 내 구매력을 보존하고 증가시키는 것입니다. 부의 척도는 경제 내 비율이지 절대적인 숫자가 아닙니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보다 부유한 이유는 경제 내에서 더 큰 구매력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만 위안을 가진다고 해도, 40년 전 ‘만 위안 호’와 같은 의미는 더 이상 없습니다. 그 이유는 실질 구매력이 그 사이 기하급수적으로 변화했기 때문입니다. 진짜 부란, 경제 전체에서 내가 차지하는 몫입니다. 그 몫만 유지할 수 있다면, 전쟁과 같은 이유로 전체 경제 규모가 줄어들어도 내 부는 유지됩니다. 만약 내 몫이 증가한다면, 그것이 곧 부의 증가입니다. 그러나 현대 문명 사회로 진입한 이후로는, 경제라는 파이는 파동을 그리면서도 지속적이고 복리로 성장합니다. 이것이야말로 현대 경제의 가장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특징입니다.
오늘날 전 세계 80억 인구 중 약 10%는 유기적이고 자생적인 지속 가능 성장 단계에 진입했고, 약 50%는 중국을 포함해 전환기에 있습니다. 나머지 인구는 여전히 농업경제에서 산업화로 도약하는 초기 단계에 있습니다. 이러한 수백 년간 이어지는 지속적 과정은 인류 문명에서 하나의 패러다임 전환이며, 어떤 개인의 의지도 이 흐름을 되돌릴 수 없습니다. 따라서 가치 투자자라면 반드시 이해해야 합니다. 가치란 무엇인지, 지키고 추구하고 성장시켜야 할 진정한 부란 무엇인지 말입니다. 그것은 바로 경제 내에서 내가 차지하는 구매력의 비중입니다. 히말라야 캐피털과 같은 글로벌 가치 투자자에게 있어,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자본을 맡은 수탁자로서, 전 세계에서 우리의 구매력 비중을 유지하고 늘리는 것이 우리의 책임입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투자자를 대표해 전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창의적인 기업들을 찾아내고, 가장 활력 있는 경제에서 그들의 주식을 소유함으로써, 우리의 구매력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전체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당신의 부도 자연스럽게 증가합니다. 만약 당신의 몫이 증가한다면, 그것은 당신의 성장 속도가 평균을 초과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설령 다양한 이유로 전체 경제가 축소되더라도, 당신의 몫이 증가하는 한 당신의 부는 계속 증가합니다. 이러한 부(wealth)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다음 문장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거시(macro)는 우리가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고, 미시(micro)는 우리가 변화를 만들어야 하고 만들어낼 수 있는 곳이다.’ 이 인식을 유지하는 것은, 거시 경제의 변동성에 흔들리지 않고 가장 창의적이고 뛰어난 기업들의 주식을 차분히 보유할 수 있게 해줍니다. 밤에 편히 잠을 잘 수 있어야만, 당신의 지분과 구매력을 확고히 보유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먼저 거시 경제를 이야기했지만, 결국 투자라는 본질로 돌아오는 이유입니다.
또한, 문명 패러다임의 전환 이후에는 세계 경제가 계속 성장할 것입니다. 그 추세는 어느 나라의 의지로 바뀌지 않습니다. 중진국 단계에 머무는 나라들은 그 단계를 넘지 못하면 경제적 몫이 점차 줄어들게 됩니다. 남아메리카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19세기 말,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가장 유망한 개발도상국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여러 차례 시도했음에도 ‘중진국 함정’을 성공적으로 넘지 못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또 한 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1980년대 이후 다시 성장이 정체되었습니다. 한편, 세계 경제는 계속 성장해왔습니다. 이 두 나라는 한때 세계 주요 경제 대국이었지만, 이제는 그런 목록에서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 이유는, 이들이 정체된 동안 다른 나라들과 세계 경제가 빠르게 성장했기 때문에 이들의 세계 경제 내 비중이 계속해서 하락했기 때문입니다. 이렇기 때문에 중국은 항상 위기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글로벌 투자자라면 여러분이 믿는 가장 역동적인 경제에 투자해야 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여러분이 실제로 소비하는 곳에서 구매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자신의 실제 필요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히말라야 캐피탈과 같은 글로벌 투자자들의 목표는 세계에서 가장 활기차고 창의적이며 경쟁력 있는 기업들을 선별해 그들의 주식을 보유함으로써, 전 세계적으로 부를 유지하고 늘리는 것입니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라면, 자신이 소비하기를 원하고 필요로 하는 경제 내에서 구매력을 유지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진정한 부입니다. 예를 들어, 많은 중국 투자자들의 주요 소비 수요는 중국 내에 있고, 유럽이나 남미에서의 구매력은 필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오늘날의 환경에서 이런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가치투자의 기원으로 다시 돌아가 봅시다. 가치투자는 거시경제적 혼란과 극심한 변동성의 시기에 탄생했습니다. 가치투자라는 개념은 워렌 버핏의 스승인 벤저민 그레이엄에 의해 처음으로 체계적으로 정립되었습니다. 그레이엄은 언제 가치투자를 이해하고 실천하기 시작했을까요? 그는 1926년 투자를 시작했고, 다른 많은 투자자들처럼 처음 3년 동안 ‘광란의 20년대(Roaring Twenties)’를 경험하며 많은 투기적 투자에도 참여했습니다. 하지만 1929년부터 1932년까지 이어진 대공황 기간 동안, 그의 투자 파트너십은 시장 가치의 최대 70%까지 손실을 입었습니다. 그는 깊은 반성을 거쳐 진정으로 가치투자를 실천하기 시작했고, 1932년부터 1935년까지 이전의 손실을 성공적으로 회복해 냈습니다. 그리고 1936년, 그는 새로운 폐쇄형 펀드를 설립했고, 이 펀드는 1956년까지 20년간 운용되며 놀라운 수익을 거두었습니다. 이 기간 동안 그는 1949년에 『현명한 투자자(The Intelligent Investor)』를 출간했으며, 여기서 가치투자의 가장 중요한 세 가지 개념을 처음으로 완전하게 설명했습니다.
가치투자의 창시자인 벤 그레이엄은 거대한 거시경제적 도전의 시기에 가치투자라는 방법론을 발견했습니다. 그가 겪었던 도전은 우리가 오늘날 마주한 것보다 훨씬 더 어려웠습니다. 당시 미국의 실업률은 25%에 달했고, 경제는 평가 방식에 따라 3분의 1에서 절반 가까이 축소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마치 세상이 끝나는 것 같은 절망을 느꼈습니다. 그가 손실을 회복하고 새 펀드를 시작했을 무렵, 세계는 파시스트들이 일으킨 세계 대전에 빠져들었고, 이는 수억 명의 사망과 부상, 그리고 세계 대부분의 산업 시스템이 완전히 파괴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그런 시대 속에서도 그는 뛰어난 투자 성과를 냈습니다.
오늘날 우리의 시대를 돌아볼 때, 그레이엄이 가치투자를 개척하고 실천했던 30년과 비교해 여러분은 어느 시기에 커리어를 시작하고 싶습니까? 이처럼 혼란스럽고 불확실한 거시경제 환경에서 가치투자는 오히려 그 강점이 더욱 빛을 발하고 본래의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은 반드시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여러분의 투자 목표가 무엇인지 명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가치투자의 이론과 실천에 또 다른 중요한 기여자는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케인스의 거시경제 이론과 전후 브레튼우즈 체제 및 세계 금융 시스템 설계에 대한 그의 기여는 잘 알고 있지만, 그가 훌륭한 가치투자자였다는 사실은 잘 알지 못합니다. 1921년부터 1946년 사망할 때까지 케인스는 케임브리지 대학교 킹스 칼리지의 가장 중요한 기금(기탁 기금, Endowment Fund)을 운용했으며, 25년에 걸쳐 뛰어난 투자 성과를 쌓아 올렸습니다. 케인스 역시 초기에는 많은 투기적 투자 경험을 했지만, 지속적인 시행착오를 통해 가치투자의 핵심 개념을 정리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케인스의 커리어 궤적은 그레이엄과 상당히 겹칩니다. 둘 다 ‘광란의 1920년대(Roaring Twenties)’, 대공황(Great Depression), 그리고 2차 세계대전을 경험했습니다. 하지만 전쟁 중 케인스는 영국에서 전쟁의 최전선에 있었던 반면, 그레이엄은 미국에 있어 전쟁의 직접적 영향으로부터 상대적으로 떨어져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이 시기 케인스의 업적은 더욱 놀라운 것입니다.
케인스와 그레이엄은 많은 개념적 유사성을 공유했지만, 케인스는 기업 자체의 질(quality)을 더 강조했습니다. 이후 워렌 버핏과 찰리 멍거도 케인스와 같은 관점을 갖게 되었고, 1957년부터 오늘날까지 60년 넘게 그들의 투자 실천 속에서 이 개념을 더욱 발전시켰습니다.
또 다른 중요한 인물은 존 템플턴(John Templeton)으로, 가치투자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이를 다른 나라로 확산시키는 데 기여했습니다. 1939년 전쟁 중, 많은 미국 주식들이 1달러 이하로 떨어졌을 때, 템플턴은 ‘cheap is hard truth’라는 원칙을 고수하며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주식 중 1달러 이하로 거래되는 모든 주식을 100주씩 매수했고, 총 1만 달러를 투자했습니다. 4년 후 그가 매도했을 때, 104개 종목 중 100개가 큰 폭으로 가치가 상승했습니다. 1954년, 그는 템플턴 펀드를 설립하고 가치투자 개념을 여러 나라로 전파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38년간 다양한 시장 변동을 헤쳐 나가며, 1992년까지 템플턴 펀드는 10배 이상의 수익을 올렸습니다.
저는 1997년 히말라야 캐피털을 설립했습니다. 그 전에는 1993년에 처음으로 주식을 매수했고, 저렴한 회사부터 시작했습니다. 싸게 거래되는 회사를 찾는 과정에서 점차 저의 ‘능력범위(circle of competence)’를 구축해 나갔고, 싸고 좋은 회사를 찾는 방향으로 천천히 전환해갔습니다. 펀드를 설립한 1997년, 저는 아시아 외환위기를 겪었습니다. 최근 몇 년간 중국 시장은 자본과 자산 가격이 크게 하락했고,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 주식, 기타 유가증권 가격 하락으로 손실을 입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하락의 규모는 여전히 아시아 외환위기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당시 아시아 주요 국가들의 시장은 70% 이상 급락했고, 가장 심한 곳은 90% 이상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우리 펀드도 큰 도전에 직면했고 상당한 변동성을 겪었지만, 오히려 그 시기는 저희에게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시장이 말 그대로 ‘금 덩어리’로 널려 있던 때였습니다.
하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당시 저는 뉴욕에서 여러 펀드매니저들과 의견을 교환했는데, 그중 한 명이 재미교포였습니다. 우리는 투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 그는 한국에 관심이 있다고 했습니다. 저도 관심이 있다고 했죠. 당시 한국 증시는 달러 기준으로 80-90% 하락한 상태였습니다. 주식시장만 떨어진 것이 아니라 원화도 40-50% 평가절하됐기 때문입니다. 그는 자신이 하는 거래를 언급했는데, 포스코(POSCO)를 매수하고 삼성전자를 공매도하는 거래였습니다. 포스코의 PER은 고작 2배였고, 삼성전자는 무려 3배였기 때문이죠. 그는 이 거래를 ‘환상적이다’, ‘찾을 수 있는 최고의 투자 기회다’라고 묘사했습니다. 오늘날 이 이야기는 미친 짓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당시 월가의 주류 사고방식과 가치투자 바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였습니다. 참고로, 이 사람은 이후 사기로 크레디트스위스(Credit Suisse)를 거의 파산시킬 뻔했고, 최근 미국 법원에서 징역 18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이렇기 때문에 진정한 가치 투자자는 시장에서 장기적으로 좋은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시장은 결코 완벽하게 효율적일 수 없습니다. 시장이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수많은 개인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미국 시장은 매우 효율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저는 지난 30년간 이 업계에 몸담고 히말라야 캐피털을 27년 동안 운용하면서 미국 주식시장이 수차례 50% 넘게 급락하는 모습을 직접 경험했습니다.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미국 시장이 중국 시장보다 더 크게 하락했고, 당시에는 세계 금융 시스템이 완전히 붕괴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퍼지기도 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됐을 때도 미국 주식시장은 약 30% 하락했습니다. 사실 이렇게 큰 폭의 조정은 몇 년마다 반복되고 있습니다. 2001-2002년 인터넷 버블이 터졌을 때는 아마존 같은 기업의 주가가 무려 90%나 폭락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성숙하고 효율적인 시장이지만, 이런 큰 변동성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그래서 지난 30여 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말씀드리자면, 가치투자의 핵심 원칙은 지금도 충분히 통하는 투자 방식입니다. 과거에도 수많은 투자자들이 전례 없는 거시경제적 위기 속에서 가치투자의 원칙을 발견하고 실천해냈습니다. 이제 그들이 남긴 가장 중요한 투자 지혜를 정리해보려 합니다.
벤 그레이엄은 가치투자의 세 가지 핵심 원칙을 정리했습니다. 첫째, 주식은 단순히 사고파는 종이조각이 아니라 회사의 소유권을 증명하는 법적 권리라는 점입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지속적인 경제 성장 속에서 주식은 우리의 구매력을 지켜주는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이는 투자 목적이 결국 구매력을 지키고 늘리는 것임을 생각해보면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둘째, 시장은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인간은 본능적으로 단기 수익을 좇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주식을 단기 매매의 도구로만 보고, 기업의 장기적 소유권을 갖는다는 본질을 쉽게 잊곤 합니다. 그레이엄은 시장을 ’미스터 마켓(Mr. Market)’이라는 인격화된 존재로 설명했습니다. 그는 매우 변덕스럽고 감정적인 사람입니다. 미스터 마켓의 역할은 기업의 내재가치를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그저 매수와 매도 가격을 제시하는 것뿐입니다. 이 가격은 종종 내재가치보다 터무니없이 낮거나 높게 형성됩니다. 가치투자자에게 미스터 마켓은 ‘스승’이 아니라 ‘하인’입니다. 그는 이용의 대상이지, 우리가 따를 대상이 아닙니다. 셋째, 미래는 예측하기 어렵고, ‘싼 가격’만큼 확실한 진실은 없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충분한 안전마진(Margin of Safety)을 확보해야 합니다. 아무리 공부해도 회사를 완벽히 이해하기 어렵고, 미래를 정확히 내다보는 것도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충분히 낮은 가격에 매수해 안전마진을 확보한다면, 마음 편히 잠잘 수 있고, 장기 보유하는 힘도 생깁니다.
예를 들어, 중국 증시는 2005년부터 2007년까지 큰 상승을 경험했지만, 이후 78년간 급락하며 장기 약세장에 접어들었습니다. 이 과정은 미국 증시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이 컸지만, 그 시기 중국 경제는 상대적으로 양호했고, 많은 기업들의 펀더멘털도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78년간의 약세장을 지나고 나니, 시장에는 말 그대로 보물이 널려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수많은 우량 기업들의 주가가 충분한 안전마진을 제공하는 수준까지 떨어져 있었던 것입니다. 결국, 모두가 두려워할 때 이런 기회를 잡을 수 있는지가 진정한 부의 축적을 결정짓는 열쇠가 됩니다.
버핏과 멍거는 60년에 걸친 실천을 통해 가치투자 개념을 더욱 발전시켰습니다. 그들이 제시한 또 하나의 핵심 원칙은 장기적인 투자 수익은 결국 뛰어난 기업들이 장기적인 사업 성과를 통해 만들어내는 가치에서 나온다는 점입니다. 우수한 기업은 시간이 지날수록 내재가치를 꾸준히 늘려가며, 이는 현대 경제의 본질과 잘 맞아떨어집니다. 다시 말해, 경제가 복리로 성장하듯 우량 기업의 내재가치 역시 복리로 성장할 수 있는 구조라는 것입니다. 이런 뛰어난 기업들은 장기간에 걸쳐 업계 평균과 경쟁사들을 웃도는 자본수익률을 만들어냅니다. 따라서 이런 기업에 투자하면 시장 평균을 초과하는 속도로 자산을 불릴 수 있는 기회가 생깁니다. 하지만 이런 기업을 알아보고 제대로 이해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투자자는 스스로의 ‘능력 범위(Circle of Competence)’를 명확히 구축해야 합니다. 내가 무엇을 아는지, 무엇을 모르는지, 그리고 내 능력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를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자신이 확실히 이해하는 범위 안에서만 투자하고, 이해한 기업에 장기 투자해야 합니다. 이 ‘능력 범위’ 개념은 버핏과 멍거가 가치투자에 남긴 매우 중요한 기여입니다. 사실 이 원칙은 과거 케인스도 실천했던 개념이기도 합니다.
다섯 번째 원칙은 찰리 멍거가 남긴 교훈입니다. 저는 찰리와 20년 넘게 우정을 쌓아왔고, 그는 제 친구이자 동업자이며, 때로는 스승이자 가족과 같은 존재입니다. 멍거는 매년 여름이 되면 가족들과 함께 미네소타에 있는 ‘스타 아일랜드(Star Island)’라는 작은 섬에서 휴가를 보내며 낚시를 즐기곤 했습니다. 저와 제 아내, 아이들도 지난 20년간 여러 번 그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습니다. 미네소타에는 만 개가 넘는 호수가 있는데, 스타 아일랜드는 그중 하나의 큰 호수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이 있습니다. 매번 낚시를 갈 때마다 멍거는 우리를 다른 곳으로 데려갔습니다. 우리는 스타 아일랜드에서 보트를 타고 육지로 나간 뒤, 낚싯배를 끄는 트럭으로 갈아타고 한 시간가량 달려 전혀 다른 호수에서 낚시를 했고, 매번 장소가 달랐습니다. 어느 날 제가 멍거에게 물었습니다. “찰리, 바로 옆에 이렇게 큰 호수가 있는데 굳이 멀리까지 가서 낚시를 해야 하나요?” 그가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한번 해보시죠.” 그래서 실제로 스타 아일랜드 옆 호수에서 낚시를 해봤는데, 정말 물고기가 거의 잡히지 않았습니다. 반면, 매번 찾아간 작은 호수들에서는 항상 좋은 조과를 올릴 수 있었죠. 나중에 알고 보니 멍거가 미리 낚시 장소를 정한 것이 아니라, ‘도니(Donnie)’라는 가이드가 안내해준 것이었습니다. 도니는 가족 대대로 ‘르로이(Leroy’s)’라는 미끼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이었는데, 1년 내내 여러 호수를 돌며 미끼를 찾아다닙니다. 그러면서 어떤 호수에 어떤 물고기가 살고, 크기나 시즌별 특성까지 모두 꿰고 있었던 겁니다. 이게 바로 그의 고유한 지식(프라이빗 노하우)인 셈이죠. 많은 사람들이 도니에게 미끼를 사면서 ‘어디서 고기가 잘 잡히는지’ 정보를 얻으려고 했습니다. 멍거도 늘 도니에게 길을 맡겼고, 그래서 우리는 매번 많은 고기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모든 호수에 물고기가 많을 줄 알았지만, 스타 아일랜드 옆 호수에서의 실패 경험 덕분에 깨달았습니다. ‘모든 호수가 같은 것은 아니다’라는 사실을요.
이렇게 멍거는 다섯 번째 원칙을 정리했습니다. “투자는 낚시와 같다. 물고기가 있는 곳에서 낚시를 해야 한다.” 그는 낚시에는 두 가지 규칙이 있다고 했습니다. 첫째, 물고기가 있는 곳에서 낚시하라. 둘째, 첫 번째 규칙을 절대 잊지 마라. 이 다섯 번째 원칙 역시 투자자에게 매우 중요한 교훈입니다. 미네소타에는 만 개가 넘는 호수가 있지만, 우리는 굳이 가장 큰 호수에서 낚시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이는 개인 투자자든 기관 투자자든 마찬가지입니다. 중국의 GDP는 18조 달러에 달하고, 수많은 산업과 기업들이 존재합니다. 물론 부진한 기업도 많지만, 아직 시장에서 충분히 이해받지 못하고 심각하게 저평가된 훌륭한 기업들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투자자는 모든 기업을 이해할 필요도 없고, 거시경제 지표나 정부 정책, 향후 10년을 완벽하게 예측할 필요도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고기가 있는 호수’를 찾는 것입니다. 멍거가 강조하는 ‘물고기가 있는 곳에서 낚시하라’는 말은 결국 ‘선택의 중요성’을 말하는 것입니다. 저는 도니와 함께 낚시를 다니며 또 하나의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매번 낚시하러 간 그 호수에는 하루 종일 우리 팀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늘 가장 크고 많은 물고기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경쟁이 없다는 것이야말로 ‘가격이 왜곡될 수 있는 중요한 이유’였습니다.
결국, 투자자는 거시 환경을 지나치게 연구할 필요도 없고, 미네소타의 만 개 호수를 전부 이해할 필요도 없습니다. 중국 경제 전체나 세계 경제를 속속들이 파고들 필요도 없습니다. 진짜 해야 할 일은, ‘어디에 물고기가 있는지’, ‘경쟁이 적은 곳이 어디인지’, ‘내가 잘 아는 영역이 어디인지’를 찾아내는 것입니다. 그곳에서 비로소 자신만의 능력 범위(Circle of Competence)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도니가 그랬습니다. 도니는 늘 미끼를 찾고 연구하는 과정에서 남들이 모르는, 물고기가 풍부한 호수를 발견하는 능력을 키웠습니다. 이게 바로 도니만의 ‘고유한 능력 범위’인 셈입니다. 어디에 물고기가 있는지 모두가 알아버리는 순간, 낚시가 어려워지는 법이니까요.
여섯 번째 원칙은 바로 오늘 제가 여러분께 전하고 싶은 내용입니다. 이는 오랜 문명사적 변화 속에서 제가 내린 결론입니다. 부(富)의 본질은 경제 내 구매력의 비중이며, 가치투자의 목표는 가장 역동적인 기업들이 존재하는 가장 활력 있는 경제에 투자해 부를 보존하고 성장시키는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이 원칙은 히말라야 캐피탈에서 지난 30년간 투자 실천을 통해 얻은 경험이자 저희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저는 40년 넘게 집요하게 ‘근대화’라는 현상을 고민하고 연구해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깨달은 건, 지난 수세기 동안 각국이 경험해온 변화는 결코 개별 국가나 지역만의 고유한 현상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는 인류 문명 전체의 패러다임 전환의 일부이며, 특정 국가나 개인, 소수 집단이 이 변화를 좌지우지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세계 경제는 마치 하나의 커다란 물결처럼 일방향으로 성장해왔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단기적 부침과 경기 순환은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성장의 방향은 분명히 한쪽으로 흘러갑니다. 때로는 경제 규모, 즉 ‘파이’가 줄어들 때도 있겠지만, 그때도 구매력에서 차지하는 비중만 유지한다면 부를 지킬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경제가 다시 성장하고 파이가 커질 때, 우리는 그 비중을 유지하며 부를 지키고 더 키울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 원칙은 저의 오랜 생각과 연구, 그리고 실천 끝에 얻은 결론이자 개인적인 기여라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투자 과정을 통해 이 원칙이 옳은지, 혹은 틀렸는지를 증명해가고 싶습니다.
이제 가치투자의 여섯 가지 핵심 원칙을 다시 한번 정리해 보겠습니다.
- 주식은 단순한 종이조각이 아니라 기업의 소유 지분이다.
- 시장(Mr. Market)은 가치투자자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투자자의 판단 기준이 되어선 안 된다.
- 투자에는 충분한 안전마진이 필요하다.
- 투자자는 반드시 자신만의 능력 범위(Circle of Competence)를 명확히 해야 한다.
- 물고기가 있는 곳에서 낚시하라.
- 부란 경제 내 구매력의 비중이다. 가치투자의 목표는 가장 역동적인 기업과 가장 활력 있는 경제에 투자해 부를 지키고 성장시키는 것이다.
지난 30년간 저의 개인적인 경험 역시 이 원칙들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미국에 처음 왔을 때, 저는 가진 것 하나 없이 빚더미에 올라앉은 상태였습니다. 그런 제가 지금 이렇게 여러분과 경험을 나눌 수 있는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오직 가치투자라는 철학을 실천했기 때문입니다. 가치투자는 단순한 이론이 아닙니다. 현실에서 실천 가능하고, 장기적으로 성공할 수 있으며, 지속 가능한 투자 철학입니다. 저는 앞으로도 버핏과 멍거처럼 가치투자자로 30년을 더 투자하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이 업계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았습니다. 이 길은 세상과 같은 호흡으로 살아가며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는 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일이 저에게는 여전히 무한한 매력을 가진 일입니다.
마지막으로 짧은 이야기를 하나 더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잘 알려져 있듯이 찰리 멍거는 평생 극히 소수의 종목에만 투자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늘 철저한 공부와 연구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찰리 멍거는 한 번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무려 50년 동안 바론즈(Barron’s)를 읽었지만, 투자 아이디어는 단 하나밖에 얻지 못했다고요. 하지만 바로 그 한 번의 투자로 그는 수십 배, 심지어 100배가 넘는 수익을 올렸습니다. 처음에는 거의 10배 가까운 수익을 냈고, 그 수익금을 다시 저희 펀드에 재투자해 또 한 번 10배 이상의 수익을 거두었습니다. 그리고 99세가 되어서도 멍거는 여전히 흥미로운 주식을 찾아냈습니다. 그 종목은 조금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politically incorrect)’ 기업이었고, 심하게 저평가되어 있었죠. 그는 거의 10년 만에 처음으로 직접 주식을 매수했고, 그 주식은 그의 생전에 두 배로 올랐습니다.
오늘은 찰리 멍거가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조금 넘는 날입니다. 작년 추수감사절, 찰리는 가족들과 저녁 식사를 함께했습니다. 하지만 디저트 자리에서 몸이 좋지 않다며 일찍 자리를 떴습니다. 다음 날 금요일, 병원에 입원했고, 토요일에는 의식을 되찾아 가족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넨 후, 일요일 평화롭게 눈을 감았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는 담담했고, 평생 사랑했던 공부와 투자에 집중하며 삶을 마무리했습니다. 그의 삶은 우리 모두에게 깊은 울림과 영감을 줍니다. 찰리 멍거는 60년이 넘는 투자 인생을 통해 우리에게 이런 중요한 가르침을 남겼습니다. “거시 환경은 우리가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고, 미시 환경에서 우리가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가치투자는 바로 이 미시 환경에서 우리가 숨 쉬듯 함께하며, 시대와 함께 성장해 나가는 길입니다. 저는 확신합니다. 가치투자에 대한 열정이 있는 분이라면, 어느 곳에 있든, 어떤 어려움이 닥치든 반드시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이 훌륭한 길 위에서 앞으로도 계속 정진해 주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출처 : https://www.himcap.com/publica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