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미국에서 경기침체가 발생한다고 말하는 투자자의 논거와 경기침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투자자의 논거를 다뤄 정리함과 동시에 간략하게 필자의 의견까지 정리하였다.
샴의 법칙
연초 대비 실업률이 상승하면서 샴의 법칙에 의한 경기침체가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샴의 법칙은 2019년 연준의 에널리스트 클로디아 샴이 개발한 법칙이다. 법칙 내용에 따르면 3개월 평균 실업률이 지난 12개월 최저치보다 0.5% 높아지면 이는 경기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 법칙은 1950년 이후 11번의 경기침체 중 1959년을 제외하면 모든 경기침체를 맞췄다.
- 샴의 법칙이 말이 법칙이지, 모든 상황을 맞출 수 있는 모델링은 아니다. 역사적 지표만 보더라도 1959년의 경기침체는 맞추지 못했다.
샴의 법칙이 이번엔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그들은 현재(2024년 9월 기준) 미국의 실업률은 4.2%인데, 이는 역사적으로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말한다. 즉, 연초 대비 상대적으로 증가했을지 몰라도 4%대 실업률이 경기침체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것이다. 이에 더불어 실업률은 미국이 다수의 이민자를 받고 있으므로 당연히 연초 대비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 증권 벨류에이션
AI 열풍과 소비 확대, 고용 증가 등 미국은 타 국가와 다르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고, 이를 기반으로 미국의 증권 시장은 어느 국가보다도 뜨거웠다. 이를 방증하듯 2024년 9월경 S&P 500 지수의 PER은 29이다. 평균 15~20 정도를 수렴하므로 지표상으로도 고평가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미국은 어느 국가 대비 뛰어난 AI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AI 기술력을 기반으로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주장한다. 이에 더불어 미국 자본 시장의 건전성은 타 국가의 자본 시장 대비 월등하기에 해외 자본 유치가 쉬우므로 단순히 수익 구조로만 ‘현재의 미국 벨류에이션은 높다’고 판단하기엔 무리가 말한다.
이에 반대되는 의견도 다수 존재한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실질적인 수익 모델 부재로, AI 기술에 대한 실질적인 수익 모델이 없다면, AI 기술 투자는 지속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현재 AI 매출은 AI 기업이 AI 기술을 구축하기 위해 장비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즉, 기술적 해자를 구축하기 위해 현재의 AI 기업들은 막대한 자본을 투하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수익 모델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AI 투자는 지속할 수 없고, AI 투자가 지속되지 않으면, 현재 AI 매출은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이다.
상업용 부동산
한국의 부동산 PF 위기처럼 미국은 상업용 부동산 위기에 직면해 있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 위기는 다양한 요인들이 결합되어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요인으로 꼽히는 것이 공실률과 고금리다.
공실률은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코로나로 인한 재택근무 활성화가 대표적인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기업 입장에선 업무 환경에 따른 생산성의 큰 차이가 없다면, 당연히 오피스를 없애는 쪽이 비용 절감에 유리하다. 이러한 상황에 고금리까지 겹치다 보니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점차적으로 하락하는 추세이고, 부동산 기업들의 이자 비용 지속해서 증대되고 있다.
- 미국 상업용 부동산의 규모는 약 2조 7천억 달러로 추정되고, 2027년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대출 금액은 2조 2천억 달러로 추정된다.
기준 금리는 2024년 9월경부터 점진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으나, 반대로 기준 금리가 하락해도 과거 수준처럼 제로 금리에 가까운 저금리 기조로 돌아갈 가능성이 낮으므로 상업용 부동산 위기는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엔 캐리 청산
금리가 낮은 일본에서 대출받아 다른 국가에 투자하는 행위를 엔 캐리 트레이드라 지칭하고, 투자금을 회수하여 일본에 다시 상환하는 것을 엔 캐리 청산이라 지칭한다.
엔 캐리가 청산되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핵심적인 이유는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하하거나, 일본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기준금리가 격차가 줄어들며, 엔 캐리 트레이드에 매력이 떨어진다. 따라서 엔 캐리 트레이드를 한 투자자들은 기준금리 기조에 따라 포지션을 청산하거나, 늘린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일본 버블 붕괴 이후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었으며, ‘어떤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추정 규모가 달라지므로 그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이를 방증하듯 엔 캐리 트레이드 규모는 추정 기관에 따라 큰 편차를 보인다. 다만 확실한 것은 엔 캐리 트레이드가 급격한 속도로 청산될 경우 금융 시장의 경색을 불러올 만한 규모라는 점이다.
- 2024년 8월경 일본이 기준금리를 인상하자마자 전 세계 증시는 급격히 하락했다.
- 모든 엔 캐리 트레이드 포지션이 청산되면 시스템이 붕괴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엔 캐리 청산을 매우 유심히 지켜봐야 하는 이유는 미국은 금리 인하 국면에 접어들었고, 일본은 금리 인상 국면에 접어들어 기준금리 격차가 급격히 줄어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절대적인 기준에선 경기가 나쁘다고 말할 수 없으나, 상대적인 기준에선 여러 가지 지표를 봤을 때 경기가 둔화되고 있음이 확실하다. 이에 더불어 상업용 부동산 위기와 같은 고금리에 관한 문제들이 점점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으므로 9월부터 금리 인하가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일본은 여전히 물가 상승률은 지속되고 있는데, 임금은 물가 상승률을 못 따라가고 있다. 이러한 기조가 지속되면 인플레이션에 의해 자본이 빠르게 잠식당할 수 있으므로 일본 중앙은행(BOJ)은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
2024년 8월경 급락 시기에 엔 캐리 청산이 대부분 이루어졌다는 의견도 있다. 다만 이는 너무 작은 관점에서 엔 캐리 트레이드를 바라본 것이므로 현실적이지 않다.
침체냐 둔화냐
필자는 경기 지표로만 봤을 때 최근 상대적으로 악화된 것이지, 과거 평균 기준에서 지표가 나쁘다고 보긴 어려우므로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생각한다. 물론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도 경기 지표가 좋았던 것을 생각하면, 경제는 경기 지표로만 섣부르게 ‘경기침체가 발생하지 않느다’라고 말할 수 없다. 다만 그러한 특정한 이벤트를 예측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따라서 필자와 같은 일반 투자자의 최선은 어떤 국면에서도 준수한 이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을 선택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필자는 경기침체든, 둔화든 과거 10년보다 앞으로의 주식 투자가 상당히 어려워질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한 이유는 앞으로 10년 동안 세계 정세가 크게 바뀔 것이라 예상하기 때문이다. 세계 점점 다극화되어 가고 있다. 이는 곧 지구 전체를 대상으로 한 공급망에서 블록화된 공급망으로 재개편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고, 공급망 재개편은 인플레이션을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각국의 정부는 과거처럼 제로 금리로 갈 가능성은 매우 낮아지며, 기업들은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므로 투자자는 과거와 같은 기대수익률로 투자에 접근하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