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화재로 인한 피해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전기차 규제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생기기 시작했다. 다만 우리가 목표로 하는 탄소중립을 이행하기 위해선 전기차는 필요하다. 따라서 우리는 전기차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닌, 화재 진압 시스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모든 전기차가 문제인가?
전기차 화재의 원인은 과거 삼성의 노트7처럼 특정 모델에 들어간 특정 배터리가 문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현재 운행되는 모든 전기차가 폭탄이라고 말하기엔 무리가 있다. 노트7이 폭발했다고 해서 모든 스마트폰이 문제라고 말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다만 전기차에 들어가는 2차전지 즉, 리튬이온전지는 특성상 한 번 불이 붙으면, 전부 소진될 때까지 꺼지지 않는다는 것은 문제가 된다.
화재는 어디서 일어날 수 있으며, 모든 화재를 미연에 방지할 수 없다. 만약 내연기관차에 불이 붙어 전기차로 옮겨붙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더 나아가 건물 외벽에 붙은 불이 전기차로 옮겨붙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즉, 우리는 전기차에 화재가 났을 때 ‘어떻게 대체할 것인가?’ 더 나아가 ‘전기차 배터리의 안정성을 높여 미연의 방지 할 수 없는가?’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하지, 전기차 규제에 초점을 맞춰선 안 된다.
지하 주차장
주거 환경이 아파트로 변하고, 아파트 단지 안은 공원을 조성하면서 주차장은 지하로 내려갔다. 지하라는 공간은 자동차에 있어 이점이 많은 공간이다. 비 또는 눈으로부터 차량을 보호하고, 외부보다 지하 온도가 더 일정하여 온도 변화로 인한 기계 장치의 부식을 방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화재가 날 경우 이를 진압하기에는 지형적으로 불리하며, 시스템 또한 구축된 것이 없다. 앞서 말했듯 화재는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으며, 모든 화재는 미연에 방지할 수 없다. 따라서 불리한 지하 주차장 환경에서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전고체 배터리가 해결해 줄 것이다?
2차전지의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 사이에 전해질이라는 액체 상태에 물질 넣는데, 전고체 배터리는 이 전해질을 고체 상태로 넣는 배터리를 말한다. 전해질을 고체 상태로 넣게 되면 몇 가지 이점이 생기는데, 그중의 하나가 안정성이다. 액체 상태의 전해질은 온도 변화에 따라 팽창하거나, 누액 되어, 배터리가 손상되고, 이는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고체 상태의 전해질은 구조적으로 형태를 유지하는 상태이기 때문에 전해질이 훼손되더라도 어느 정도 화재를 방어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되면 해결될 문제다’라고 쉽게 말할 수 있다. 이는 너무 무책임한 답변이다. 도로에서 운행되는 전기차는 대다수 2차전지를 기반으로 하는데, 그 말인즉슨 전고체 배터리 나오면 차 바꿔라’라는 말밖에 더 되지 않는다. 애초에 ESG, 친환경, 탄소중립 운운하며 보조금까지 쥐여주면서 전기차를 구매하게 만들어 놓고, 이런 식의 태세 변환은 옳지 않음과 동시에 이미 운행되는 전기차를 전부 규제한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더 나아가 전고체 배터리의 상용화는 가격, 수명, 용량 등과 같은 문제로 인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 그 기간에 2차 전지 기반의 전기차는 계속해서 판매될 것이므로 도로의 전기차는 더 증가하면 증가했지, 감소하진 않을 것이다. 즉, 배터리 기술 개발을 통해 훗날 전기차의 안정성을 향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도로에서 운행되는 전기차들에 화재가 발생할 경우 이를 어떻게 해결한 것인지가 더 우선적으로 논의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