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매입은 언제나 주주에게 이득을 가져다주는 마술봉이 아니다. 내재가치가 계산되지 않은 자사주 매입 주주 가치에 해가 된다.
자사주 매입이란?
자사주 매입은 기업이 당사의 주식을 시장 가격에 기반하여 매입하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A 기업이 있다고 가정했을 때 A 기업의 자본으로 시중의 거래되는 A 기업 주식을 매수하는 것이 자사주 매입이다.
- A 기업이 B 기업의 주식을 매수하는 것은 자사주 매입이 아닌 지분 투자에 해당한다.
자사주 매입은 기업이 생각하는 내재가치 대비 시장에서 거래되는 기업에 가치가 낮다면, 자사주 매입을 하여 별도의 이익을 만드는 개념이다. 기업은 자사주 매입을 공시하고 일정 기간에 따라 주기적으로 매수하며, 리스크 관리 및 주가 왜곡 방지 차원에서 한 번의 많은 주식을 매입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 자사주 매입은 공시가 된 후 진행된다. (사업보고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효과
자사주 매입은 호재로 분류되며, 단기적으로 주가가 상승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 주가가 상승하는 요인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 ‘기업 내부자가 기업 향후 미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자사주 매입을 한다는 것 자체가 지금의 주식 가격보다 향후의 주식 가격이 높을 것이라 예상하고, 별도의 이익을 만들기 위해 투자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 기업 내부자가 기업 향후 미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으면, 자사주 매입보단 현금을 보유하거나, 배당금을 분배하는 것이 더 좋다.
두 번째 ‘유통 주식 수가 감소한다.‘ 유통 주식 수가 발행 주식 수는 다른 개념이다. 발행 주식 수는 기업의 총주식 수를 말하고, 유통 주식 수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 수를 말한다. 자사주 매입 시 시장에서 유통되는 주식 수가 기업이 매입한 만큼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주식 시장 역시 일반적인 시장처럼 수요와 공급 법칙을 기반으로 움직인다. 판매하는 사람보다 산다는 사람이 많으면 가격은 하락하고, 산다는 사람이 판매하는 사람보다 많으면 가격은 상승한다.
실질적인 효익을 따져보면 단기적으로 기업 가치의 변화는 없다. 그 이유인즉슨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을 기준으로, 기업이 벌어들인 현금을 사용하여 매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현금과 당사의 주식을 바꾼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기업 장부 가치가 변화하지 않는다.
- 장기적으로는 미래의 기업 가치에 따라 긍정적일 수도 있고, 부정적일 수도 있다.
자사주 매입 후 소각
자사주 매입 후 취득한 주식을 소각하기도 한다. 자사주 매입으로 끝나는 경우 유통 주식 수만 감소하지만, 소각까지 진행하는 경우 총발행 주식 수가 줄어든다. 이는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을 상승시키고, 주당 순이익을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다.
예를 들어 부동산 기업에 총발행 주식 수는 10개이고, 주당 순이익은 2만 원이며, A와 B가 각 3주, C가 4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부동산 기업이 C의 지분을 매입하고 소각한다. 그럼, 총발행 주식 수는 6개로 줄어든다. 이에 따라 A와 B의 지분율은 15% 상승하고, 주당 순이익은 약 3만 3천 원으로 상승한다.
- 자사주 매입 후 소각 역시 현금으로 주식을 취득하는 행위이다. 개념과 구조는 자사주 매입과 동일하다.
- 자사주 매입 후 소각 역시 현금을 소진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지나친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은 위험하다.
내부자 매수
내부자 매수와 자사주 매입은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개념이다. 내부자 매수는 기업의 임직원들이 직접 기업의 주식을 매수하는 것을 말한다. 반대로 자사주 매입은 기업의 이름으로 기업의 주식을 매수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햄버거 기업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햄버거 기업 이사회와 고위 임직원들이 토론 끝에 자사(햄버거 기업)의 주식을 매수하기로 했다. 이것은 자사주 매입이다. 햄버거 기업 이사회 맴버 중 한 명이 앞으로 햄버거가 더 많이 팔리리라 예측하여, 개인적으로 햄버거 기업의 주식을 사드렸다. 이것은 내부자 매수이다.
내부자 매수 역시 단기적으로 주가가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내부자가 매수했다는 뜻은 내부자가 보기에 기업의 펀더멘털이 개선되거나,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고위 임직원일수록 투자자가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는 특권을 가졌다. 이에 따라 고위 임직원이 매수한 경우 더 가파르게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단, 무조건 긍정적이라고 볼 수 없다.
대표적인 사례의 하나가 주가조작이다. 고위 임직원이 일부러 주식을 크게 매수하고 언론에 정보를 흘린다. 개인 투자자들은 정보를 입수하고, 해당 기업에 투자한다. 단기적으로 자금이 몰려 주가가 상승하면 고위 임직원들이 주식을 처분한다. 이는 범죄이고 불법이다. 그러나 오늘날에도 흔히 볼 수 있는 행위이다. 천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의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듯이 이를 정확히 구별해낼 수 없다. 따라서 투자자는 내부자 매수, 자사주 매입보다 기업의 펀더멘털에 집중하는 것이 더 좋은 투자 방법일 수 있다.
자사주 매입 효과는 항상 긍정적인가?
지나친 자사주 매입은 현금이 고갈되는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하나의 시나리오를 예시로 보자. A 기업이 작년에 3억 원의 흑자를 내서, 금년에 3억 원어치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 3억 원 자사주 매입을 끝내고 나니 금년 매출이 기대한 것만큼 나오지 않기 시작했다. 아직 흑자이므로 CEO와 주주들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사주 매입 때문에 주가는 상승했다. 주주들은 현명한 CEO라고 칭송했다.
그러던 와중 정치적 이슈가 발생했다. 거래하던 타 기업들이 연쇄적으로 파산하기 시작했고, 주식 시장은 폭락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한 악영향이 A 기업의 매출 채권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작년 발행했던 어음 만기일이 다가왔다. A 기업은 어음을 처리하기 위해 은행으로부터 자금 출차를 받아보려 하지만, 은행 역시 유동성이 고갈되어 대출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A 기업은 작년 매입했던 자사주를 다시 시장에 매각하여 단기 부채금을 마련해 보려 하지만, 시장 역시 얼어붙어 정상적으로 매각할 수 없었다.(매각하여도 단기 부채금을 마련할 수 없다는 가정) 최후의 수단으로 채권과 유상증자를 발행해 보지만, 이를 매수하겠다는 투자자는 없었다. 그렇게 A 기업은 흑자도산 했다.
극단적인 시나리오처럼 보일 수 있으나, 현실에서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
- 기업의 피는 현금이다.
내재가치
내재가치는 기업의 실질적인 가치를 뜻한다. 이는 시장가치와 다르다. 예를 들어 A 기업의 앞으로 벌어드릴 순 현금 흐름은 2억 원 정도인데, 시장에선 1억 원으로 거래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여기서 순 현금 흐름은 기업의 내재가치이며,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은 시장가치이다. 즉, A 기업의 시장 가치는 내재 가치 대비 50% 낮다. 이런 경우 1억으로 매수한 주식이 앞으로 2억 원의 현금 흐름을 창출할 수 있으므로 자사주 매입을 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 내재가치는 불확실성을 기반으로 하므로 할인율이 적용되어야 하지만, 간단한 예시를 위해 잔존 가치를 계산하지 않음으로써 상쇄했다.
A 기업의 내재가치와 시장가치가 반대로 되었다고 생각해보자. A 기업의 내재가치는 1억 원인데, 시장가치가 2억 원이다. 2억 원으로 매수한 주식이 1억 원밖에 못 벌어드린다면, 땅바닥에 1억 원을 뿌린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이처럼 자사주 매입은 주주 친화적일 수도 있고, 주주 친화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주식 시장은 어느 때보다도 주주 친화 경영을 중요시 여기고 있으며, 이에 따라 기업들은 어느 때보다도 자사주 매입 후 소각에 열중한다. 다만 너무 열중한 나머지 내재가치를 생각하지 않고, 주주 친화라는 하나의 키워드에만 집중한다. 아무리 봐도 실질 내재가치가 시장 가치 대비 낮은데도 무리하게 자사주 매입 후 소각 절차를 이행한다. 이것은 주주를 위한 행동이라기보단 ‘내가 CEO로 역임한 기간 동안 주가를 이 정도 상승시켰다.’와 같이 자신의 커리어를 쌓는 행위 같아 보인다. 투자자라면 이에 대해 한 번쯤은 고찰해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