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 ‘실패로부터 얻는 교훈’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는 짐 콜린스가 작성한 경영서이다. 위대했던 기업이 몰락에 길로 접어드는 과정에 대해 자세히 서술한 책으로 실질적이고 다양한 예시로 구성되어 있다.

안나 카레리나의 법칙

저자는 서두에 이 책의 집필을 마치고 ‘행복한 가정은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그렇지 못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이유로 불행하다.’라는 안나 카레니나의 법칙을 떠올렸다고 말한다. 필자 역시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왜 저자가 이러한 생각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위대한 기업들은 다 엇비슷한 이유로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에 도달했지만, 위대한 기업이 몰락한 기업으로 변모하는 과정은 다채로웠기 때문이다. 아마 이러한 이유는 사업 아니, 인생에 있어 가장 필요한 요소가 운이라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아무리 실력이 있어도, 아무리 구조를 잘 구축해도 운이 없어 불특정 변수로 인해 사업과 인생은 망가질 수 있다. 이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모든 것을 운이라고 치부해 버린다면,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과거의 잘못들을 복기하며 어떤 것이 문제였는지 어떤 것이 나에게 기회였는지 살펴 나가다 보면, 분명 이전의 과거보단 좋은 삶, 좋은 기업을 만들 확률이 조금이라도 높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과거 필자는 투자 기업을 선택할 때 ‘왜 이 기업에 투자해야 할까?’에 초점을 맞췄다. 이를 질문을 통해 구분된 기업들은 충분히 좋은 수익률 제공했지만, 투자 대상이 너무 많아 관리가 어려웠고 시장 수익률보다 뒤처지는 결과가 따라왔다. 그래서 필자는 ‘왜 이 기업에 투자하지 말아야 할까?’로 질문을 바꾸고 이에 초점을 맞췄다.

질문 바뀐 뒤로는 이전만큼 투자 종목을 찾기 어려웠고, 이에 따라 투자 기업의 수-종목 수-는 급격히 감소했다. 투자하는 기업의 숫자 줄어들면서 이전보다 변동성에는 더 취약해졌다. 그러나 전체적인 수익률은 시장 수익률은 약간 초과할 정도로 개선되었다. 이러한 투자 방식이 정답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적어도 필자에게 있어선 더 좋은 방법인 것은 확실했다. 사고 체계가 변한 이후로부터는 성공에 관한 책보단 이렇게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와 같은 실패 관한 책이 필자에게 더 깊은 교훈을 남겨주었다.

몰락의 5단계

저자는 뛰어난 자료 수집력과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챕터 서두에 몰락의 기준과 분석 틀을 어떻게 구축했는지 설명한다. 그리고 본인들이 생각한 기업의 기준을 맞추는 것이 아닌, 기준과 분석 틀을 먼저 만들고 그에 해당하는 기업들을 선택했다고 말한다. ‘행복한 가정은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그렇지 못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이유로 불행하다.’라고 서두에서 말했듯 기업이 몰락하는 이유는 다양하며, 그들이 제공한 기준이 물리학 법칙처럼 ‘진리’에 가깝다고 말할 순 없다. 그러나 아무 맥락 없이 막무가내로 ‘이것은 이거다.’라고 말하는 선동가들보단 훨씬 더 신뢰도가 높다고 생각한다.

  • 몰락의 5단계 설명이 끝나면, 바로 부록으로 이어진다.
  • 부록에선 기업 선정부터 몰락에서 회복한 사례까지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 필자는 5단계만 보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부록까지 꼼꼼히 읽어보길 권장한다.

성공으로부터 자만심이 생겨나는 단계

1995년 모토로라는 아날로그 기반의 초소형 스타텍 휴대폰 단말기를 출시에 앞두고 있었는데, 당시 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고 있는 시기였다. 모토로라의 고위 임원진은 아직 4,300만 명의 아날로그 고객이 있기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고, 그 결과는 참혹했다. 50퍼센트에 달하던 모토로라 점유율은 17퍼센트로 떨어졌다.

이 챕터를 읽으면서 필자는 브라이언 크르자니크가 이끌던 과거의 인텔을 떠올렸다. (몰락의 2단계에서도 인텔이 떠올렸다.) 인텔의 플라이휠은 누가 모래도 PC 칩셋이었다. 그러나 PC 칩셋 시장이 과도기에 접어들자, 브라이언은 모바일과 자율주행 등 다른 사업을 확장하고, PC 칩셋 부분을 내버려두었다. 그 결과 AMD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나게 되었고, 인텔은 PC 칩셋 시장에서 점유율을 잃었다.

플라이휠에 남아있는 잠재력을 무시하지 말라고 저자는 말한다. PC 칩셋 시장은 단순히 과도기에 접어든 시장이었지, 무너지는 시장은 아니었다. 만약 인텔은 PC 칩셋 시장에 좀 더 초점을 맞췄다면, 본인들의 장점을 더 공고히 하여 노트북 그리고 코로나19으로 인한 PC 칩셋 성장의 과실은 누릴 수 있었을 것이다. 첫 번째 플라이휠을 그냥 내버려둔 대가로 현재(2024년 9월경) 인텔은 가혹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원칙 없이 더 많은 욕심을 내는 단계

1988년 에임스는 1년 안에 회사 규모를 2배로 늘린다는 기대로 자이레 백화점 스토어를 사들였다. 이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대규모 인수로 상당히 극단적인 선택이었다. 기업 인수가 끝나면, 잘못된 판단이라도 되돌릴 수 없다. 만약 되돌린다면 상당히 시간적 물질적 손해가 뒤따를뿐더러, 그렇게 되돌려도 이전과 같은 상황이 되리라 보장할 수 없다. 이 인수는 에임스를 파산시켰다. 에임스는 위대한 기업이었다. 만약 에임스가 극단적인 기업 인수가 아닌 기존 비즈니스 전략을 유지하였다면, 월마트가 아닌 에임스가 우리 입에 더 많이 오르고 내렸을지도 모른다.

위대한 기업이 몰락한 기업으로 변하는 과정 중에선 현실에 안주해 몰락한 것보다 과도한 욕심을 부려 스스로 화를 자초한 경우가 많았다고 저자는 말한다. 필자의 생각을 떠올려보면 위대한 기업이 아닌, 일반 기업 역시 현실에 안주해서 몰락한 기업은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오히려 욕심을 부렸을 때 붕괴했던 기업들이 많았던 것 같다.

지금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시점(2024년 9월경)에도 큐텐, 위메프, 티몬 사태가 발생하고 있는데, 이 역시 욕심을 부린 것의 일종이라고 생각한다.

사업은 이익을 남기기 위함이다. 근데 성장이 무조건적인 이익을 남기진 않는다. 따라서 성장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기업을 위해서도 주주를 위해서도 직원을 위해서도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위험과 위기 가능성을 부정하는 단계

1985년 모토로라는 이리듐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리듐 프로젝트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전화 연결이 가능하도록 위성 통신망을 구축한다는 내용에 프로젝트였다. 모토로라는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약 12억 달러(이는 1996년 모토로라의 수익을 넘는 액수이다.)를 벤처 기업에 투자했다. 시드니 핀켈스타인-이리듐의 부흥과 몰락의 저자-는 1996년이 이리듐 프로젝트에 대한 중요한 판단 시점이라고 말한다.

1996년의 기술을 생각했을 때 위성 통신은 시기상조였고, 이때 중단했다면 약간의 손실만 입고 큰 문제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모토로라는 이리듐 프로젝트는 진행했고, 1999년 20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으며, 몰락의 4단계로 접어들게 되었다.

위성 통신이 가능한 이리듐 단말기는 시멘트 벽돌 크기인 데다가, 위성 통신이 가능한 야외에서만 통화가 가능했다. 이에 더불어 단말기 가격과 통화료는 기존 휴대전화보다 훨씬 비쌌다. 통신망이 넓은 것만 제외하면 이리듐 단말기가 기존 단말기보다 좋은 점은 하나도 없었다. 이를 알고 있음에도 모토로 임원들은 이리듐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이다.

필자는 몰락의 5단계 중 3단계가 가장 무서웠다. 필자가 투자하고 있는 회사에 위와 같 임원진이 있어 시장에서 실패할 수밖에 요인을 가진 프로젝트에 피 같은 자본금을 쏟아붓고 있으면 정말 끔찍할 것이다.

구원을 찾아 헤매는 단계

1998년 모토로라는 50년이 넘는 기업 역사상 처음으로 적자를 냈고, 고위 경영진과 이사회는 새로운 돌파구를 충격요법으로 찾으려 했다. 그 충격요법은 제너럴인스트루먼트 인수하는 것이었는데, 인터넷 버블이었던 당시 제너럴인스투먼트의 인수가는 170억 달러에 달하였다. 이는 모토로라 시가총액과 비슷한 수준으로 모토로라는 위기가 닥치고 앞뒤 가리지 않고 이 상황을 변화시키고자 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인수 초기에는 괜찮았다. 모토로라는 2년 만에 배당 전 누적액이 3배가 넘었다. 그러나 우리 모두 알고 있듯이 인터넷 버블이 터졌고, 모토로라는 2001년경 연이어 적자를 내면서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스스로 곤경에 처했거나 정점을 지나 하락세로 돌아섰음을 발견했을 때 생존 본능이 우리가 살 수 있는 길과 정반대로 가게 만들 수 있다고, 차분하게 생각하고 주의 깊게 행동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필자는 이에 매우 동감하는 바이지만, 이는 매우 어려운 행동이며, 일부 타고나 기질 필요한 행위라고 생각한다. 유연한 사고와 통찰력은 가진 섀클턴과 같은 리더가 기업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느낀다.

유명무실해지거나 생명이 끝나는 단계

1980년대 말 스콧페이퍼는 경쟁사(P&G, 킴벌리클락)에게 한참 밀려고 나고 있고, 이 상황을 반전하고 했던 투자가 큰 빚이 되어 돌아왔었다. 자금 부족은 끊임없는 구조조정으로 이어졌고, 스콧페이퍼의 회사채 등급은 정크본드 바로 위 단계까지 떨어졌다. 이때 이사회는 림보를 CEO로 선임했는데, 애널리스트 캐서린 맥얼리는 림보의 과거를 조사하더니, 이사회가 회사를 매각하려고 한다고 결론 내렸다. 이는 사실이었다.

림보는 70퍼센트의 직원을 해고하는 등 단기적으로 수익을 상승시켜 손익계산서를 그럴듯하게 만들었다. 그 후 스콧페이퍼를 경쟁사 킴벌리클락에게 매각했다.

5단계에 들어선 기업 사실상 회생 가능성이 매우 낮다. 따라서 스콧페이퍼의 이사회처럼 림보와 같은 CEO를 선임하여 회사를 매각하는 것이 주주들에게 이익되는 선택일지도 모른다. 다만 회사가 하락세에 빠졌다고 해서 곧바로 5단계로 흘러가진 않는다. 전 단계에서 위기를 알아차리고 체계적인 회생 플랜을 설계했다면, 스콧페이퍼 역시 비참하게 팔려나가진 않았을 확률이 높다.

저자는 ‘우리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될 경우 무엇을 읽을 것이며 사회에 어떤 해를 입힐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하지 못한다면 스콧페이퍼처럼 항복하는 것이 현명한 길이라고 전했다. 필자 역시 동감한다. 회사는 핵심 가치가 있어야 하며, 핵심 가치가 있어야 이익을 남길 수 있다. 엣지가 없는 사업은 결국 주주들이 모은 자본만 깎아 먹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즉, 저자가 남긴 질문과 답은 투자자가 종목을 선택할 때도 더 나아가 인생을 살아갈 때도 중요한 질문과 답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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