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렌 버핏은 약 30년간 연평균 20% 수익률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의 투자자로 자리매김하였다. 그의 인터뷰는 항상 화제가 되고, 그를 추종하는 투자자들은 그의 발언을 엮어 책으로 만들기도 하며, 그의 투자 방식을 이해하고 따라 하려고 한다. 필자 역시 그렇다. 워렌 버핏의 사고 체계를 이해하고, 투자 방식을 그대로 복사하고 싶다. 그러나 그의 투자 역사를 살펴보면, 이는 극히 소수에 사람들만 따라 할 수 있는 방식이란 걸 깨닫게 한다.
천재성
버핏은 독서가 성공에 있어 매우 중요한 매체라고 말하며, 성공을 갈망하는 이들에게 독서를 권장한다. 분명 독서는 성공에 가까워질 수 있는 매체가 맞다. 다만 재능에 따라 책에서 100을 뽑아내는 사람이 있고, 20을 뽑아내는 사람이 있다. 버핏은 전자다. 누군가는 그가 수많은 책을 읽고 그렇게 된 것이라 말하지만, 그는 애초부터 천재성이 짙은 기업가였다.
버핏의 인터뷰 또는 버크셔 주주 총회 발언을 보면 본인을 낮추는 경향이 있지만, 그는 떡잎부터 달랐다. 7살부터 코카콜라 판매, 신문 배달, 핀볼 머신 대여 등 다양한 사업을 직접 운영했었고, 그렇게 모인 돈이 약 5,000만 원에 달했다. 5,000만 원은 사회 초년생이 모아도 칭찬 받을만한 크기의 자금이다. 이를 성인이 되기 전에 벌었다는 것은 버핏이 남달랐다는 것을 방증한다.
기업 인수
버핏은 기업을 인수한다는 마음가짐으로 투자한다. 주식은 피자 조각처럼 기업의 일부분이므로 일반 투자자들도 이러한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좋다. 다만 버핏처럼 실제 기업을 인수하거나, 기업의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일반 투자자들이 따라 할 수 없는 영역이다. 기업을 인수하고,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막대한 자금과 사업의 통찰력을 겸비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버핏의 기업 인수 활동에서 최대의 실패 투자 건으로 불리는 버크셔를 살펴보자. 당시 버크셔는 섬유 비즈니스의 국한된 기업이었고, 버핏의 투자 스타일은 지금과 사뭇 달랐다. 버핏은 담배꽁초 투자법(염세가에 있는 주식에 투자하고, 시세 차익을 얻는 투자 방법)을 기반으로 기업 인수하고 쪼개고 매각하는 행동주의 투자자였다. 즉, 지금의 엘리엇 매니지먼트(행동주의 헤지펀드)처럼 버핏의 지분 투자가 기존 버크셔의 지배 주주들에겐 그리 달갑진 않았다. 따라서 버크셔의 지배 주주들은 버핏의 지분을 일정 가격으로 다시 매입하겠다는 협약을 맺어 경영권을 방어하고 버핏을 내보내려고 했다. 버핏도 인수 자체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협약에 동의했다. 그러나 버크셔 지배 주주들이 조금 더 이득을 얻기 위해 협약된 가격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버핏의 지분을 매입하려고 했다. 버핏은 이에 격분하며 공격적으로 자본 투자를 통해 버크셔 자체를 인수해 버렸다.
버크셔 인수는 현명했다고 보긴 어렵다. 버핏은 항상 최대의 실패 투자 건으로 버크셔를 꼽는다. 그러나 버핏의 지식과 자금을 기반으로 섬유 산업에서 철수하고, 투자 회사로 탈바꿈시키면서 버크셔는 유례없는 투자 회사로 거듭났다. 이렇게 할 수 있는 투자자는 일반 개인 투자자를 넘어서 투자 회사 중에서도 거의 없다.
네트워크
벤자민 그레이엄을 시작으로 찰리 멍거, 빌 게이츠, 리루 등 버핏은 엄청난 인적 네트워크를 가진 인물이다. 이에 따라 접근할 수 있는 정보 자체가 개인 투자자보다 훨씬 더 많고 넓다. 물론 많은 정보가 꼭 투자 판단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제공된 정보가 투자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지 판가름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많은 정보가 있다고 해도 이를 투자에 활용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다만 이는 일반적인 개인 투자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다. 버핏은 머리가 좋은 특출난 기업가이자 투자자이며, 평생을 독서와 대화를 통해 지식을 갈고닦은 사람이다.
버핏을 종합적으로 정리하자면, 애초부터 머리가 좋은 사람이 더 많은 지식을 탐구하기 위해 노력함과 동시에 뛰어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정보를 교류하여 기존 지식을 발전시켜 나간 사람이다. 그가 매수한 종목을 따라 매수할 순 있어도 그의 사고 체계와 투자 방식을 그대로 복사하는 것은 일반적인 개인 투자자 입장에선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