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필자는 보유하고 있던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그룹을 매각한 후 옥시덴탈 페트롤리움을 추가 매수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씨티그룹을 매도한 이유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씨티그룹을 매수했던 시기는 실리콘밸리 은행 파산 사태 당시였다. 실리콘밸리 은행이 파산했던 이유는 급격한 금리 상승으로 인해 급격히 하락한 채권 가격 때문이었다. 채권은 만기까지 보유하면 절대적인 기준에서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 상품이다. 그러나 예치금이 빠른 속도로 빠져나가면서 채권을 더 이상 보유하지 못하고, 매각하여 고객에게 돌려줘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에 따라 엄청난 손실이 확정 시 되면서 파산으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대다수 은행주의 가격은 급격히 하락했다.
미국 4대 은행(제이피모건, 웰스파고,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그룹)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미국 당국으로부터 높은 강도의 규제를 받고 있었다. 이에 따라 이전처럼 인수합병을 통한 큰 폭의 매출 신장은 없더라도, 자산의 퀄리티와 안정성 매우 높았다. 따라서 필자는 실리콘밸리 은행의 파산이 미국 4대 은행의 붕괴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다.
중소 은행의 붕괴는 미국 4대 은행의 영향력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생각도 했었다. 미래에는 다를 수 있겠지만, 오늘날 돈이 돌기 위해선 은행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중소 은행이 제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파산한 경우 그 역할을 미국 4대 은행이 하게 되면서 큰 폭의 매출 및 자본 신장으로 따라올 가능성도 있다고 보였다. 그러나 이는 미국 정부가 실리콘밸리 은행 사태를 빠르게 처리하면서 이러한 가능성은 사라졌다.
실리콘밸리 은행 파산 사태 시기에 뱅크오브아메리카는 PBR 0.8배 아래에서 거래할 수 있었고, 씨티그룹은 PBR 0.5배 아래에서 거래할 수 있었다. 건실한 자본을 가진 은행의 순자산 가치보다 더 저렴하게 매수할 기회라고 판단했고, 필자는 이에 투자했다. 다만 은행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의 특성상 필자가 알지 못하는 리스크들이 숨겨져 있으므로 장기간 보유할 마음은 없었다. 그래서 적정한 가격에 판매하고자 했고, 그 가격에 도달했다고 보여 매도했다.
옥시덴탈 페트롤리움을 추가 매수한 이유
옥시덴탈 페트롤리움을 추가 매수하면서 필자는 옥시덴탈에 집중 투자하게 되었다. 이렇게 투자하는 이유는 크게 3가지다.
- 원유의 내재가치
- 천연가스와 탄소포집
- 든든한 뒷배(버크셔)
원유 사업은 규제 대상에 사양 산업이지만, 원유를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원은 많지 않다. 단편적인 예로 원유는 주로 자동차, 선박, 항공 등 운송 수단에서 주로 사용되는데, 그중 가장 저렴한 자동차마저도 전기차 전환이 쉽지 않다. 그럼, 이보다 더 많은 비용이 필요한 선박, 항공의 전환 속도는 더 느릴 것이므로 한동안 원유 수요는 꾸준할 것으로 예상한다.
무탄소 에너지원으로 가는 중간 다리에서 천연가스가 중요 에너지원으로 사용될 확률이 높아 보인다. 옥시덴탈 페트롤리움은 퍼미안 분지의 최대 셰일 오일 생산자이며, 셰일 오일을 시추하는 과정에서 다량의 천연가스를 얻을 수 있다.
- 스토라스트 프로젝트를 통해 DAC(직접공기포집) 설비를 구축하고 있으며, 설비가 구축되기도 전에 탄소배출권 계약을 성사시켰다.
옥시덴탈 페트롤리움의 최대 주주는 버크셔(워렌 버핏)다. 버크셔는 30%가 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주당 약 60달러에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신주인수권도 약 15% 정도 보유하고 있다. 누군가는 필자에게 ‘버핏이 샀으니 따라 샀네.’라고 말할 것이다. 그렇다. 필자는 버핏을 따라 투자했다.
다만 ‘버핏이 샀으니 좋은 주식이겠지.’라고 투자한 것은 아니다. 사업적인 관점에서 버크셔와 옥시덴탈의 궁합이 좋다고 생각했다. 버크셔는 종합 지주 회사로써 다양한 사업 분야를 가지고 있고, 그중에서도 에너지 사업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버크셔가 투자힘므로써 버크셔 내부에 있는 에너지 기업들과 보다 원활한 협업이 가능해졌을 것이고, 이는 사업 확장에 중요한 네트워크가 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