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 위기 ‘구조 안 바꾸면 언젠가는 터진다’

부동산 PF의 특성상 건설사(시공사)뿐만 아니라 시행사, 금융사가 엮여 있고, 실제 이들의 손실 규모는 높아진 금리로 인해 더더욱 커지고 있다. 약간의 부채는 개인 또는 기업이 책임질 수 있을진 몰라도, 막대한 부채는 모두가 책임진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부동산 PF란 무엇인가

부동산 PF(Project Financing)는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를 위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을 말한다. 즉 시행사가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를 만들고 이를 금융사에 제출하면, 금융사가 이를 검토하고 타당한 경우 시행사에 사업비를 제공하는 것이다.

부동산 PF 구조

부동산 PF의 구조만 보면 그다지 문제 될 것이 없어 보이지만, 실상 자세히 보면 모순점이 많다. 먼저 부동산 PF를 통한 자금 조달 구조를 보면, 시행사의 자기 자본이 거의 없다. 다시 말해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이 전부 대출이라는 뜻이다. 일반적이라면 이런 거래 구조를 가진 사업에 금융사가 리스크를 떠안고 자금을 제공할 리가 없다. 그런데 금융사가 자금을 제공하는 이유는 건설사(시공사)가 지급보증을 하기 때문이다. 즉 ‘시행사가 돈을 못 갚으면 우리가 줄게’라고 건설사(시공사)가 리스크를 떠안는다. 그럼, 금융사 입장에선 리스크를 떠안지 않고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그럼, 건설사 입장에서 보자. 건설사는 왜 리스크를 떠안고 PF로 사업하는 것일까? 당연히 돈 때문이다. 건설사(시공사), 시행사, 금융사가 각각의 독립 개체로 보이지만, 사실상 부동산 프로젝트는 건설사가 진행하는 것이다. 시행사는 페이퍼 컴퍼니처럼 조금의 자본만 있으면 만들 수 있다. 그럼, 건설사 입장에선 자기 자본이 없이 레버리지 극대화하여 엄청난 수익을 남길 수 있다. 더 나아가 부동산 불패라는 마인드를 가진 한국 금융 시장에선 외부 변수만 없다면, 부동산 개발은 무조건 성공하는 사업이다.

  • 과거에는 시행사를 넣지 않고, 건설사와 금융사가 1대1로 진행했으나, IMF부터 기업 부채 비율 때문에 시행사를 넣고 진행했다.

모든 문제가 없으면 아름다운 이 사업 구조에 외부 변수가 발생하면 어떻게 될까? 건설사가 책임질까?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약간의 부채는 책임질 수 있을지 몰라도 막대한 부채는 모두가 책임진다.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는 한두 푼 하는 개발 프로젝트가 아니다. 더군다나 PF 자금은 건설사와 금융사 그리고 투자자가 얽히고설켜 있기 때문에 연쇄 부도로 이어질 수 있어 더더욱 모두가 책임질 확률이 높다. 다시 말해 현 부동산 PF 구조는 건설사와 금융사가 아닌 모두가 리스크를 짊어지고 있는 구조이다.

  •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비슷한 모습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도 주택 가격만 상승하면 돈 넣고 돈 먹는 구조였다.)
  • 건설사만 잘 못했다고 보기 어렵다. 제대로 된 리스크 판단 없이 자금을 조달해 준 금융사도 문제다.

타 국가의 PF 구조

모든 나라의 PF 구조가 이럴까? 아니다. 다른 국가들은 한국과 다르게 높은 비율(약 30%)의 자기 자본을 요구한다. 그리고 그 개발 토지를 100% 담보로 대출을 진행한다. 이러면 지금처럼 금리가 높아져서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을 때 건설사는 시공을 멈출 수 있다. 설상 붕괴한다고 하더라도 금융사는 그 토지를 취득하기 때문에 연쇄 부도로 이어지지 않는다. 이러한 구조가 모든 경제 상황에 대응하는 완벽한 안전장치라고 말하기 어렵지만, 우리의 구조보단 훨씬 더 안전하고 건전하다.

‘그럼, 이러한 구조로 진작에 바꿨으면 되지 않았느냐?’라고 말할 수 있다. 맞는 말이다. 다만 이렇게 다시 구조화된다면, 부동산 공급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 건설사 입장에선 자기 자본을 더 많이 투하하기 위해 지금보다 사전 작업이 더 많아질 것이다. 더 나아가 정부 입장에선 부동산 건설만큼 GDP를 빠르게 상승시킬 방법이 없는데, 괜히 좋은 경기 상황에 규제했다가 경제성장률이 낮아질 수도 있으니 쉽게 건드릴 수가 없었을 것이다.

복잡한 원인

현 부동산 PF 위기가 발생한 표면적인 이유는 금리 상승이지만, 단 한 가지의 원인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먼저 금리 상승기 이전에 코로나19로 인해 금리가 매우 낮았었고, 무차별적인 양적완화 덕분에 투자자들의 자금 여건이 매우 좋았다. 이와 동시에 원자재 수급 비용도 낮았기 때문에 건설사와 금융사 입장에선 PF를 진행하지 않는 것이 바보인 상황이었다. 이러한 상황이다 보니 너도나도 PF를 진행했고, PF 규모는 역대급으로 불어났으며, 투자자들 역시 너도나도 주식/부동산 투자에 뛰어들었다. 이에 따라 자산 가격은 폭등했고, 인플레이션에 압력을 불어 넣어 엄청난 물가 인상률로 되돌아왔다.

엄청난 물가 인상률은 자본을 빠르게 잠식시킨다. (과거 로마 제국을 망하게 한 것도 높은 인플레이션이다.) 그러한 상황이다 보니 각 정부는 당연히 금리를 빠르게 올려 뜨거워진 자본시장을 차갑게 만들어야 했고, 투자자들이 자본 시장에서 황급히 돈을 빼내는 과정에서 부실한 PF 구조가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 필자는 부동산 PF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은 욕심이라고 생각한다.
  • 건설사의 욕심, 금융사의 욕심, 투자자의 욕심 이러한 욕심들이 모여서 이러한 엄청난 리스크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일각에서는 결국 정부의 도움을 받아 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하지만 대중적으로 반감이 심한 상태이다. 사실상 국민 입장에서 봤을 때 수익이 나면 건설사와 금융사가 먹고, 위험이 발생하면 손실을 세금으로 메꿔야 하니 반감을 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 나아가 하나의 건설사를 도와주면 다른 여러 건설사도 자기도 도와달라고 할 것이고, 이를 전부 다 도와주게 되면 막대한 혈세가 들어갈 것이 뻔하다.

그런데 그렇다고 터지게 내버려두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앞서 말했듯 얽히고설켜 있기 때문에 연쇄 부도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가계 부채도 엮여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붕괴 시 일본의 잃어버린 30년보다 더 긴 기간 침체가 올 수도 있다고 말한다.

  • 터져봐야 아는 것이겠지만, PF 규모와 연쇄 부도를 생각해 보면, 긴 침체가 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비슷한 사건인 레고랜드 사태는 규모가 커서 세금으로 막았다.
  • 2024년 8월경 건설업 대출 연체율이 증가하고 있다.

이번 정부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향후 부동산 경기 아니, 한국의 경제 상황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 예상한다. 썩은 부분을 도려내느냐?, ‘붕대 매고 갈 것이냐?’ 어떤 것이 좋은 방법일까? 필자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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