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2위 은행 기업인 뱅크 오브 아메리카는 2008년 금융 위기를 겪은 후 인수합병을 통해 살아남은 금융 지주 회사이다.
뛰어난 CEO ‘브라이언 모이니한’
브라이언 모이니한이 처음 취임할 당시만 해도 언론들은 금방 교체될 CEO라고 평판을 깎아내렸지만, 모두의 예상을 깨고 BOA를 성공적으로 부활시켰다. 지금의 BOA가 2008 금융 위기 당시 큰 타격을 입고 붕괴 직전까지 갔었던 은행이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브라이언 모이니한의 경영 능력은 신뢰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브라이언 모이니한은 상당히 보수적인 경영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단기간에 이익을 보고 무리수를 두는 경영은 하지 않으며, 최대한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노력한다. BOA에 준하는 금융 기업은 다수 존재하지만, 워렌 버핏이 BOA를 원픽으로 꼽은 것은 ‘브라이언 모이니한의 보수적인 경영 때문이지 않을까?’라고 예상한다. (버핏은 최근들어 지속해서 BOA 지분을 매각하고 있다.)
CEO가 고지식할 경우 새로운 금융 기술(블록체인, CBDC 등)을 등한시할 수 있는데, 산업 생태계는 지속해서 변화하므로 아무리 보수적인 사업을 운용하는 기업이라도 위험하다. 다행히도 브라이언 모이니한은 반대 유형의 CEO이다. 다시 말해 브라이언 모이니한은 보수적이지만, 고지식하진 않은 탁월한 경영자다.
브라이언 모이니한은 디지털 방향 전환에 초점을 두고 있다. BOA는 대형 은행 중 모바일 체제 변환이 빠른 축에 속했으며, 대형 은행 중 가장 우수한 인터넷 뱅킹 시스템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를 방증하듯 BOA는 소비자 평판 지수 1~2위를 지속해서 기록하고 있으며, CBDC와 같은 미래의 디지털 화폐 역시 지속해서 추적하고 투자하여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다.
사업 모델 ‘종합 금융 서비스’
BOA의 사업 모델은 크게 소비자 금융, 글로벌 자산 및 투자 관리, 글로벌 뱅킹, 글로벌 시장 4가지로 분류되며, 4가지 사업 모델 모두 금융을 기반으로 한다.
- 소비자 금융은 예금 상품, 신용 카드, 모기지 및 주택 담보 대출을 포함하여 개인 및 소기업에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 모델이다.
- 글로벌 자산 및 투자 관리는 순자산 가치가 높은 개인 또는 기관 고객에게 투자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재무 계획 및 프라이빗 뱅킹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 모델이다.
- 글로벌 뱅킹은 대기업 또는 기관 고객에게 대출해 주거나, 재무 서비스 및 투자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 모델이다.
- 글로벌 시장은 기업 또는 기관 고객에게 투자 은행, 판매 및 거래, 연구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 모델이다.
전체적인 서비스를 종합했을 때 BOA는 약 3조 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이는 JP 모건을 제외하면 미국에서 가장 큰 규모다.
BOA는 지속해서 기술과 인프라에 투자하고 있다. 미국 전역의 지점과 ATM을 보유하고 있으며, 여러 국가(38개국)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핀테크 서비스, CBDC와 같은 디지털 금융에 지속해서 신규 투자를 늘려가고 있으며, 클라우드를 통해 고객 전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AI 기술을 활용하여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이를 방증하듯 BOA는 공룡 은행 중 빠르게 디지털 전환에 성공하였으며, 신규 기술에 관심을 두고 새로운 경영 전략(ESG)에 맞춰 장기 성장하고 있다.
BOA는 2008년 금융 위기 당시 메릴 린치를 인수했다. 메릴 린치는 거대 IB 기업으로 전 세계 개인과 기관 그리고 정부까지 투자 관리 및 자문 서비스를 제공한다. 더불어 뮤추얼 펀드, 별도 계좌, 퇴직 및 보험 솔루션과 같은 금융 상품 및 서비스도 제공한다. 메릴 린치는 강력한 브랜드 명성과 다양한 투자 상품 및 서비스를 통해 평판이 우수한 편이다.
단, 투자 금융 사업이므로 상당한 리스크를 짊어지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되며, IB 기업에 초점을 맞춰 투자한다면 BOA 말고도 대안이 많다고 생각한다.
BOA는 대형 금융 지주회사로 대부분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업이다. 매출 포트폴리오가 다각화되어 있으며, 좋은 실적을 기반으로 기업 내실이 탄탄하다. 단, 금융 시스템을 관리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한 번 무너지기 시작하면 도미노처럼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
- 2008년 금융 위기 당시 대부분의 투자자는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할 것이라고 예견하지 못했다.
정부는 은행을 통해 유동성을 회수하거나 공급하고, 은행은 기업과 개인에게 필요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따라서 은행은 자본주의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업 모델을 지니고 있다. 이를 방증하듯 은행은 자본주의 역사상 가장 오래 운용된 사업의 하나이며, 2008년 경제 위기 당시 미정부는 스테로이드를 투여하여 은행들을 강제로 살려냈다. 이는 은행이 자본주의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시사한다.
더 나아가 사업적 관점에서 보면 은행은 벌어들인 자본을 지속해서 투하하고 지속해서 동일한 수익률을 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비즈니스 중 하나다. 이에 따라 안전하게만 운용된다면, 은행 사업은 투자자 입장에서 매력적인 사업이라 생각한다.
모바일 시스템과 브랜드 평판
BOA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은 브랜드 평판 및 인지도와 모바일 시스템이다. 브랜드 인지도 측면과 모바일 시스템은 4대 은행(JP 모건, BOA, 씨티그룹, 웰스파고) 중에서 뛰어난 편에 속하여, 소비자 금융 사업에서 다른 은행 대비 뛰어난 면모를 보여왔다.
이와 더불어 IT 기술로 무장한 신규 핀테크 기업과 비교 시에도 모바일 시스템이 밀리지 않는다. 오히려 AI 및 클라우드 기술 측면에선 더 뛰어난 모습을 보인다. 이에 따라 기술 혁신에 따른 새로운 금융 시장으로 접어들 때 좋은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견고한 재무 실적 및 대차대조표 역시 BOA의 경쟁력 중 하나다. 방대한 현금 흐름은 BOA 자산을 증식시키고 새로운 기술에 투자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단, 이는 씨티그룹을 제외한 JP 모건, 웰스파고 역시 동일한 부분이므로 특별한 BOA의 강점이자 경쟁력이라고 보기 어렵다. 더 나아가 실적과 대차대조표 측면에선 JP 모건이 좀 더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
안정적인 수익 구조와 수익성
과거 10년 추이를 살펴보면, 매출액 성장률이 그리 높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순이익 성장률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러한 이유는 판관비 감소 때문인데, 이는 BOA가 체질 개선과 함께 자본 효율성을 높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ROE는 2% 대에서 10% 대로 상승했고, 안정적인 CET1의 비율로 재무 구조는 더 건실해졌다.
덩치가 큰 BOA와 같은 공룡 은행 기업들은 폭발적인 매출 성장세를 기대하긴 어렵다. 다만 위처럼 자본 효율성을 높여 실질적인 이익을 더 증가시킬 수는 있다. 앞으로의 AI 기술과 디지털 화폐 그리고 블록체인 환경에서 지금처럼 자리를 잘 잡아나간다면, 지금보다 더 높은 자본 효율성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 단, 블록체인과 디지털 화폐 그리고 AI 기술이 아예 다른 시장을 만들 수 있다는 리스크를 간과해선 안 된다.
높아진 순이익은 주주들에게 돌아왔다. 약 110억 주에 달했던 총발행주식수는 지속적인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을 통해 약 77억 주로 낮아졌으며, 자본 총계는 약 2,400억 달러에서 약 2,900억 달러로 상승했다. 이와 동시에 꾸준히 배당금을 인상하고 있음과 동시에 배당 성향이 낮아, 앞으로 다른 산업 대비 높은 배당 성장률을 기대할 수 있다. 단, 시스템 위기 발생 시 강제적으로 배당컷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은행은 자본을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자사주 소각이 좋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이는 너무 단편적인 시각이라 생각한다. 은행이 자사주 소각을 하지 않고 그 자금으로 고객들에게 더 많은 대출을 해주면, 분명 이익은 증가할 것이다. 그러나 무분별한 대출 확장은 은행의 위기를 초래하며, 이는 시스템 위기로 번질 수 있다. 따라서 적당한 잉여 자본을 주주들에게 환원하는 정책이 주주에게도, 은행에게도, 정부에게도 좋다고 생각한다.
신용창조 리스크
은행은 예금 또는 채권으로 자금 조달을 받고, 조달받은 자금으로 개인과 기업에 대출을 제공하여 이익을 얻는다. 대출 금리에서 조달 금리를 차감한 값을 예대 마진이라고 부르는데, 값이 커지면 커질수록 은행의 수익이 커진다. 반대로 값이 작을수록 은행의 수익은 작아진다. 이에 따라 은행은 정부가 정하는 기준 금리에 매우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큰 규모의 은행들을 많은 규제가 뒤따랐다. 대손충당금 계정에 돈을 잔뜩 넣어야 했고, 주주들에게 배당을 원활하게 할 수 없었다. 더 나아가 인수 활동 역시 규제가 붙어 이전처럼 눈치 보지 않고 덩치를 키울 수 없었다.
이러한 규제는 오늘날까지 적용되고 있다. 필자는 이 때문에 거대 금융 기업들의 내실이 탄탄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주변 금융 기업을 인수하여 덩치만 커진 과거와 다르게 오늘날의 미국 은행들은 매우 건실하다. 이는 미국이라는 나라의 지정학적 위치, 현명한 CEO와 같은 요소들도 존재하겠지만, 정부에 적절한 규제가 탁월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은행은 신용창조를 기반으로 한 사업이다. 유동성 붕괴가 시작되면, 가장 큰 타격을 입고 붕괴하는 것이 은행이다. 다시 말해 아무리 건실한 재무를 가지고 있어도 커다란 시스템 위기가 찾아왔을 때 이를 피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은행에 투자할 땐 기대 수익률을 높여 보수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자본, CEO, 사업 모델 전부 안정적이다. 만일 상업용 부동산 손실이 발생한다고 해도 약간의 타격만 있을 뿐 그 타격으로 인해 뱅크 오브 아메리카가 흔들리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손충당금 계정에 돈을 쌓아놨기 때문에) 그러나 현재의 가격(시가 총액)은 기대 수익률이 높은 매력적인 가격이라 보기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