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투자자들도 바가지를 쓴 걸까? ‘김치 프리미엄’

월스트리트 저널, 투자 칼럼니스트 스펜서 자캅은 뉴스레터(Market AM)를 통해 ‘미국 투자자들도 바가지를 쓴 걸까’라는 제목으로 몇 가지 아이러니한 지점을 지적했다. ‘김치 프리미엄’이라는 현상을 겪고 있는 한국 투자자는 이 기사에 대해 충분히 공감할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의 밸류에이션 : 스펜서 자캅

미국인들은 거래에 민감한 편이지만, 미래의 은퇴소득이라는 큰 지출 항목에 있어서는 그렇지 않다.

어제 전 세계에 상호 관세를 부과한 것이 타당했는지 여부와는 별개로, 자주 해외를 다녀본 사람들은 무역 장벽이 낮을 때의 장점을 분명히 느꼈을 것이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제품들이 해외에서조차 더 비싼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독일산 BMW, 영국산 레인지로버, 심지어 중국산 아이폰조차도 현지보다 미국에서 더 저렴한 경우가 있었거나 그랬었다.

그런데 미국에서 의외로 비싼 것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자국 주식시장에서 주당 순이익 1달러를 사는 데 드는 비용이었다. 2월 기준 MSCI 미국 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은 27로, 영국이나 일본에 비해 두 배였고, 독일보다 60%, 캐나다보다 30% 더 높았다.

이러한 불균형한 밸류에이션에 의문을 제기하면 전문가로서 바보 취급을 당하기 일쑤였다. 격차는 계속해서 벌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벌어진 상황을 암시하는 명백한 신호들도 있었다. 물론 다른 나라에는 ‘매그니피센트 세븐(Magnificent Seven)’ 같은 기업들이 없긴 했지만, 똑같거나 유사한 기업들이 단지 미국에 상장됐다는 이유로 프리미엄을 받는 건 왜였을까? 왜 외국 기업들은 그렇게까지 하면서 미국에 상장하려 했을까?

스위스의 건축자재 대기업 홀심(Holcim)은 작년 12월, 미국 자회사를 분할해 ‘암라이즈(Amrize)’라는 이름으로 독립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야망(ambition)’과 ‘상승(rising)’을 결합한 의미라고 한다. 2019년에는 캐나다를 대표하는 에너지 기업 엔카나(Encana)가 사명을 오빈티브(Ovintiv)로 바꾸고 본사를 덴버로 이전했다. 그 회사가 어떤 사업을 하는지 알기 쉬웠던 이름에서 정체불명의 단어로 바꾼 셈이다.

Truist, Mondelez, Elevance 같은 의미 불명한 이름들과 같은 흐름이지만, 미국 주가지수에 포함되기만 해도 효과가 있다. 다만, 그 효과는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를 보유한 투자자들에게는 너무 늦게 나타난다.

미국 석유 및 가스 대기업 엑손모빌, 셰브런, 코노코필립스는 지난해 평균 조정현금흐름 대비 기업가치(EV)가 유럽의 경쟁사 BP, 쉘, 토탈에너지스보다 63%나 높게 거래됐다. 참고로 쉘과 토탈은 미국 이전을 고려한 바 있다. 해외 매출이 큰 미국 소비재 기업 프록터앤갬블(P&G)과 콜게이트-팜올리브도, 미국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영국의 경쟁사 레킷벤키저와 헤일리언보다 주가가 30% 더 비쌌다.

가장 이상한 사례는 동일한 회사가 두 개의 다른 가격으로 거래되는 경우다. 크루즈선 업체 카니발(Carnival)은 뉴욕과 런던에 각각 별도의 주식을 상장하고 있으며, 이 두 주식은 동일한 경제적 권리를 지닌다. 심지어 런던의 카니발 주식은 달러로도 살 수 있으며, 뉴욕보다 약 10% 저렴하다. 대만 반도체 제조 대기업 TSMC는 뉴욕에 상장된 주식이 대만 본장 주식보다 20%가량 프리미엄을 붙여 거래되곤 한다.

결론적으로, 해외 자산에 거의 투자하지 않은 미국 투자자들은 향후 10년간 열등한 수익률을 사실상 확정지은 셈이다. 리서치 어필리에이츠(Research Affiliates)의 모델에 따르면, 미국 대형 성장주의 향후 연 수익률은 2.1%에 불과한 반면, 비(非) 미국 주식은 연 7.7%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월마트에 순간이동해서 옷과 전자제품을 사고 싶어 했던 외국인들조차 미국 주식을 비싸게 사들이는 데 동참했다. 이제 그런 분위기가 변하고 있고, 미국 투자자들도 뒤늦게 해외 시장의 매력을 깨닫고 있다. 무역 전쟁 중이라 해도, 이 국제적인 쇼핑 열풍은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다.

필자 코멘트

이 기사의 저자 스펜서 자캅은 미국 투자자들이 ‘프리미엄’이라는 이름의 바가지를 자발적으로 쓰고 있었고, 이제야 그것을 깨달은 것 같다는 다소 냉소적인 시각으로 글을 풀어나갔다. 필자는 국내 시장에 투자하고 있지 않지만,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암호화폐와 금에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김치 프리미엄- 국가에 살았던 입장에서, 이 기사를 읽으며 웃기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했다.

또 한편으로는 쿠팡, 네이버웹툰과 같은 기업을 떠올리기도 했다. 이들은 한국 시장에서 영업하지만 미국 증시에 상장했다. 미국 증시는 국내 증식보다 후한 평가를 받을 수 있으므로 내가 사업자였어도 여건만 충족했다면 그렇게 했을 것이다. 따라서 이들을 비판할 마음도 없고, 비판할 이유도 없다. 단지 많은 미국 투자자가 ‘미국 시장의 프리미엄’을 인지한다면, 과연 그 ‘프리미엄’을 앞으로도 계속 지불할 것인지 궁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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