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의 저자 룰루 밀러는 피더비상을 수상한 과학 전문기자이다. 그녀는 혼돈 속에서 질서를 잡고 나아가기 위해 과거 어류학자인 데이비드 스타 조던을 탐구했고, 탐구한 결괏값에 관해 기술한 저서가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이다.
인상적인 교훈은 없었다
필자는 책을 읽기 전 최대한 책에 대한 리뷰와 서평을 읽지 않는 편이다. 먼저 책에 대한 리뷰와 서평을 읽으면 책에 대한 선입견이 생기고, 다양한 시각이 아닌 고정된 시각에 책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을 읽고 난 후 간략하게 에세이를 작성한 뒤 다른 사람들의 의견과 대조한다. 보통은 필자의 의견은 일반적인 독자의 의견과 같은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 책은 대중의 의견과 필자의 의견이 매우 상반되었다.
놀라운 반전과 혼돈 속에서의 ‘나’라는 존재와 질서를 찾는 과정이 매우 인상 깊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독자의 의견이다. 물고기를 포기하면서 얻게 되는 것, 서로와 서로의 관계망 등 저자가 제시한 의견과 관점에 대해 자세히 작성한 에세이 또한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필자는 책을 읽기 시작한 초중반부터 반전에 대해 일찍이 알아차려 버렸고, 비관론자에서 긍정론자로 변모하는 과정이 너무 급격하게 전개되었다고 느꼈다. 저자에 감정을 공유할 수 없었으며, 이 책이 필자에게 인상적인 교훈을 남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필자의 식견이 넓지 않아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멍게’에서부터 시작된 복선
이 책(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은 상당한 반전을 내포하고 있었다고 하지만 필자는 이 반전에 대해 너무 일찍이 알아차렸다. 필자는 과거에 찰스 다윈의 저서 ‘종의 기원’을 읽었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학문이 생겼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종의 기원은 당시 큰 논란을 불러온 책이다. 인류를 다시 재정의하였고, 그 과정은 매우 논리적이고 합리적이었다. 당시 과학자들은 책 내용이 달갑진 않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과학자 중 한 명이였던 데이비드 스타 조던 역시 ‘종의 기원’을 읽었고, 영향을 받은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멍게와 같은 생물은 퇴화한 생물이라고 정의했다.
‘진화와 퇴화’, ‘생명체의 등급’ 이는 우생학의 기본 개념이다. 멍게를 퇴화한 생물이라 지칭한 순간부터 필자는 데이비스 스타 조던이 어떤 인물인지 알 수 있었다. 이에 따라 향후 데이비드 스타 조던에 대한 저자의 관점이 어떤 식으로 바뀔지 어느 정도 예상이 되었다. 이에 따라 데이비스 스타 조던에 대한 저자의 시각 반전은 충격적이지 않았다.
비관론자에서 긍정론자
데이비드 스타 조던에 중점을 두었지만,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저자의 어린 시절과 사랑하던 사람과의 추억, 우생학의 피해자 등 다양한 시점으로 전환한다. 다양한 시점으로 전환하지만, 글의 분위기는 전부 차갑고 무겁다. 그래서 비관론자에서 비관론자로 끝날 것이라 예상했다.
그런데 갑자기 책 후반부터 내용이 급속도로 전개되었고, 긍정론자로 변모한 저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필자 기준에선 변모하게 된 과정이 너무 빨라서 그런지 얼버무리기식 결론이라고 느껴졌다. 그래서일까? 저자가 느꼈던 감정과 제시한 교훈에 다가갈 수 없었다.
- 자기 합리화의 느낌이 매우 강하게 들었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
‘악인에게서도 배울 점이 존재한다.’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문구이다. 그리고 이 책(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을 읽으면서 다시금 이 문구를 떠올렸다. 악인이라 불리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에게서도 우리가 배울만한 점들이 존재한다. 그중 가장 우리에게 적용하면 좋은 2가지에 대해 말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 조던은 외부 정세와 압력에 굴하지 않고 목표한 길을 걸어간다.
- 조던은 원하는 목표가 생기면 실행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목표를 수립하고 나아가기 위해선 조던처럼 행동해야 한다. 자신만의 정의를 도출하고 그것이 설사 힘들고 무서운길일지라도 걸어가야 한다. 굴복하지 않는 자세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실행력이 뒷받침된다면 우리는 어떠한 일도 해낼 수 있다. 저자의 긍정적 교훈보다 이것이 더 인상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