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투자에 입문했을 때 시세차익을 노리고 단기 투자했던 기억이 있다. 수익률로 봤을 땐 분명 이익이 났어야 했지만, 잦은 매매로 인한 막대한 거래세 때문에 실질적 수익은 발생하지 않았다.
더 나아가 엄청난 시간을 투하해서 만들었던 결과물이기에 이런 방식으로는 지속적인 투자를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퀀트, 가치, 성장, 배당 등 다양한 투자 방법을 접하고, 그 분야에 대가들의 책들은 대부분 읽었다. 그리고 경제 및 경영과 회계 지식을 쌓으려고 노력했다. 그 과정에서 주식 투자는 사업 그 자체라는 사실을 깨닳았다.
주식은 그냥 종이 쪼가리가 아닌, 기업의 일부이고, 그 기업은 사업을 통해 이익을 창출한다. 즉, 투자자는 돈을 벌기 위해 좋은 사업을 선택해야 하고, 좋은 사업을 선택하기 위해선 좋은 사업가가 되어야 한다. 이를 깨달는데는 상당히 많은 시간이 소요됐지만, 이러한 기준으로 기업을 선택하고 투자를 하니 마음은 편해지고, 수익률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나의 투자하는 방식이 모든 이들에게 적합한 투자 방식이라 생각하진 않는다. 시세차익, 퀀트, 가치, 성장, 배당 전부 본인들만의 투자 방식이 존재하는 것이고, 그것을 통해 돈을 벌고 있다면, 좋은 투자다. 따라서 아래 내용은 ‘이 사람의 투자 방식은 이런 것이구나.’라고 접근해주길 바란다.
사업을 왜 하는가?
사업을 돈을 벌기 위해 한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럼, 돈을 번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단순히 매출액만 많이 찍히면 돈을 버는 것인가? 아니다. 이익이 많이 찍혀야 돈을 버는 것이다. 다시 말해 ‘내가 투하 자본 대비 이익이 얼마나 많이 남느냐’에 따라 좋은 사업이냐, 나쁜 사업이냐를 판단할 수 있다.
가령 예를 들어 A와 B라는 사업 있다고 가정해자. A는 1억 원을 투하했고, 10% 이익이 발생하며, 사업체를 유지하기 위해 이익의 8% 지속해서 투하해야 한다. 반대로 B는 동일한 1억 원을 투하했지만, 5% 이익이 발생한다. 대신 사업체를 유지하기 위한 자본이 전혀 들지 않는다. 그럼, A와 B 중 실질적인 이익을 만드는 기업은 어디일까? B다. 5년간 사업을 했다고 가정했을 때 A는 1,000만 원이 남고, B는 2,500만 원이 남는다.
구분/이익 | 1년 | 2년 | 3년 | 4년 | 5년 | 총합 |
A 사업 | 200만 원 | 200만 원 | 200만 원 | 200만 원 | 200만 원 | 1,000만 원 |
B 사업 | 500만 원 | 500만 원 | 500만 원 | 500만 원 | 500만 원 | 2,500만 원 |
필자는 투자할 때도 이런 방식으로 접근한다. 단순히 찍힌 매출액과 순이익이 아닌, 실질적 이익을 기준으로 한다. 아무리 큰 폭으로 매출액이 성장하는 기업이라도 실질적인 이익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면, 사업의 의미가 퇴색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매출액의 크기를 키우고, 자본 지출을 줄여서 투하 자본 이익률을 극대화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사업을 초기에 투자할 수 있다면 막대한 부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아쉽게도 필자는 그런 능력을 갖고 있지 않았다.
이익의 개념도 중요하지만 현금 흐름의 개념도 중요하다. 현금 흐름은 조작이 어렵고, 장기간의 걸친 현금 흐름표는 기업의 자본 배치 역사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투자 할 때 이익보다 현금 흐름이 더 중요한 경우가 많았다.
사업을 해봤던 사람이라면, 현금 흐름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을 것이다. 기업을 사람으로 비유하면, 기업의 현금은 사람의 피이다. 피가 잘 돌지 않는 사람은 건강하지 않듯이, 기업 역시 현금이 잘 돌지 않으면 건강하지 않은 기업이다.
주주 환원은 왜 중요한가?
기업이 번 돈을 주주들이 마음대로 빼다 쓸 수 있을까? 대주주라면 모르겠으나, 우리 같은 소액 주주들은 꿈도 꾸지 못한다. 그렇기에 주주 환원은 매우 중요하다. 기업이 잉여 이익을 주주들에게 환원하지 않고 쥐고 있다면, 주주들은 사업 이익에 대한 혜택을 누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투자하기 전 그 기업의 이사회와 CEO가 주주 환원에 친화적인지를 항시 체크한다.
무작정 배당과 자사주 매입 후 소각과 같은 현금 소진을 기반으로 한 주주 환원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유보이익을 기업이 잘 활용할 수 있다면, 주주들에게 환원하지 않고 기업이 사용하여 더 큰 이익으로 보답하는 것이 더 큰 주주 환원이라고 생각한다.
가치와 가격의 기준은 무엇인가?
투자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 가치와 가격이었다. 가격은 시가총액을 보면 되는데, 가치는 어떻게 계산해야 할지 감이 전혀 오지 않았다. 그래서 대표적인 방법인 미래 현금흐름 할인법(DCF) 또는 자산기반평가법을 활용하여 가치를 산출했고, 가격과 대입하여 투자했다.
그런데 문제는 미래 현금 흐름을 쉽게 추정할 수도 없거니와 자산기반평가법이 같이 섞이다 보니, 살 수 있는 기업이 몇 개 없다는 점이었다. 더 나아가 사업을 파면 팔수록 브랜드 가치처럼 재무제표에 표기되지 않는 보이지 않는 가치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것이 진정한 가치 평가 방법이 맞나? 라는 의구심이 점점 들기 시작했으며, 진짜 기업의 실질적 가치를 정확히 계산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필자는 이 방법을 버리고 구조를 보기 시작했다.
어떤 구조가 가장 좋은 구조일까? 이 질문에는 여러 가지 답이 있겠지만, 필자가 생각하는 좋은 구조는 웬만한 흔들림에도 변함없이 그 형태를 지키는 것이 좋은 구조라고 생각한다. 이를 기업에 접목해 보면, 기업의 현 사업과 산업의 구조에 강제적으로 흔들림을 넣어주고, 이를 버틸 수 있는지 판단하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정확한 가치 평가 방법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애초에 정확한 가치를 산정할 수 없을뿐더러 이는 성장성보다 지속성을 체크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다만 여태 성장해 온 기업들을 보면, 살아남아야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강제적으로 흔들림을 넣어줄 때 시스템 붕괴까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어떤 숫자라도 0을 곱하면, 값은 무조건 0이다. 금융 시스템의 붕괴는 그 정도 수준의 리스크다. 금융 시스템 붕괴의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면 실물 금을 매집하길 권장한다.
성장성을 아예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성장성도 분명 중요한 가치이다. 다만 성장성을 볼 땐 매우 보수적으로 본다. 미래의 현금을 유추하는 일은 쉬운 일도 아닐뿐더러 해낸다고 해서 정확한 값이라고 단언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반대로 할인율은 사업에 따라 유동적으로 계산한다. 예를 들어 구조가 자체가 매우 튼튼하고, 장기 지속성을 가진 안정적인 사업을 한다면, 약 10% 정도 수준에서 계산한다. 이와 반대로 구조가 약간 어설프고, 경쟁자들이 많은 사업을 한다면, 약 15%로 높게 잡는다.
확률와 비중 : 집중과 분산
확률 즉, ‘내가 얼마나 확신을 갖고 있냐’에 따라 비율을 조정한다. 예를 들어 A라는 기업은 성장성이 낮지만, 내가 이해하고 있고 장기 지속성을 갖추고 있다면, 높은 비율로 편입한다.
반대로 B라는 기업은 성장성이 높고 사업을 이해하고 있지만, 장기 지속성에 의문이 든다면, 낮은 비율을 유지하거나 투자하지 않는다. 여기서 더 나아가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에 대해 고려해 볼 수 있다. 시스템 위기가 닥쳐왔을 때 은행부터 무너질 확률이 높다.
이에 따라 은행주에 투자할 땐 아주 매력적인 가격과 재무 건성을 기반으로 투자하며, 시스템 위기에 대한 리스크를 미리 알아차릴 수 있는 능력이 없기에 낮은 비율로 편입한다.
- 이해하지 못하는 사업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 최근 들어선 의문이 들면 아예 투자 자체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다.
집중과 분산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예를 들어 A, B, C, D 전부가 마음에 든다면, 확신에 따라 비율을 조정하여 전부 투자한다. ‘A가 떨어지면, D가 올라줄거야’라는 마인드로 헷지 투자는 하지 않는다.
시세차익 투자도 하는가?
시세차익 투자도 가끔은 한다. 일례로 마이크로소프트에 과도한 낙폭을 발견하고 투자를 했었다. 단, 이때도 중요한 것은 ‘기업의 사업을 이해하고 있느냐’이다. 이해하고 있어야 과도한 낙폭이라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많이 떨어졌다고 투자하진 않는다.
과거 장기 지표로 보나, 미래 산업 동향으로 보나, 마이크로소프트는 좋은 기업임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포트폴리오에 편입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불안하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높은 성장률의 클라우드 사업과 안정적인 소프트웨어 사업을 운영하고 있지만, 경쟁자 대비 어떤 뛰어난 강점을 지녔고, 이것이 장기적으로 유지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매크로 분석은 하는가?
매크로 지표 즉, 거시 경제를 완벽히 이해하고 미래 예측이 가능하다면, 투자할 때 굉장히 유용하게 사용될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거시 경제는 복잡계에 속하여 완벽히 예측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예상치는 보지 않는다. 그러나 현재의 경제 상황을 알려주는 기준 금리, 원자재 가격, 물가 인상률 등의 지표는 참고한다.
- 매크로 지표를 투자에 일대일로 매칭시키진 않는다.
금융상품과 공매도를 이용하는가?
ELS, ETF, ETN, 옵션, 선물 등 오늘날의 금융상품은 정말 다양하다. 누구는 이 금융상품을 통해 돈을 벌었다고 하고, 누구는 이 금융상품 때문에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보았다고 말한다. 이러한 금융상품에 대한 필자의 견해는 이렇다. ‘은행 또는 증권사가 수익을 보는 구조이다.’
은행 또는 증권사는 항상 혁신적인 금융상품을 만들고 고객들을 유치하며, 높은 수수료를 얻어간다. 그리고 본질을 감추기 위해 길게 이익 구조를 설명한 뒤 구체적인 손실 구조는 표기하지 않는다. 더 나아가 일부 상품은 스트레스 테스트도 안 해보고 그냥 출시한 것으로 보이는 경우도 보인다. 이런 금융상품은 투자하지 않는다.
물론 좋은 금융상품도 존재한다. 대표적인 예로 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들 수 있다. 지수 추종 ETF 즉, 인덱스 펀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시장과 동일한 수익률을 얻어갈 수 있으며, 수수료도 매우 저렴하다. 정말 극소수의 펀드를 제외하고선 장기간 시장 초과 수익률을 얻어갈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이만한 상품은 찾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단, 향후 의결권에 문제는 조금 고려해 봐야 할 것 같다. 인덱스 펀드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짐에 따라 인덱스 펀드의 규모도 커지고 있는데, 주식에 가장 중요한 가치인 의결권을 자산운용사가 행사한다. 다시 말해 인덱스 펀드의 규모가 커질수록 자산운용사의 힘도 같이 커지는 것이다. 이것이 향후 긍정적일지, 부정적일지는 모르겠으나, 분명 자본시장에 커다란 변화를 불러올 것 같다. (이미 자산운용사의 영향력이 강해지고 있다.)
공매도는 절대 하지 않는다. 오랫동안 주식 투자를 해오면서 사람의 탐욕과 욕심은 끝이 없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즉, 아무리 고평가되어 떨어질 만한 주식이라도 사람들의 탐욕과 욕심이 모여 더 많은 버블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는 최근 일어난 게임스탑 사건만 봐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의 능력으로는 이를 예측할 순 없었다. 그렇기에 공매도는 하지 않는다.